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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짜리 세트 메뉴를 먹으면 주는 4000원짜리 무료 통화권.
4000원짜리 세트 메뉴를 먹으면 주는 4000원짜리 무료 통화권. ⓒ 양중모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헬스한다고 하는 사람이, 한동안 먹지 않았던 패스트푸드점에 간다는 것이 영 꺼림칙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 알뜰하게 살 거야'라는 내 결심이 그런 우려들을 밀어냈다.

들어가서도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난 자신있게 말했다.

"**세트 메뉴요. 이거 무료 통화 그거 주죠?"

내가 생각했던 그것을 진짜로 주는지 확인부터 했다. 그리고 햄버거를 먹으면서 무료통화 증정권 뒷면을 읽었다. 책도 없었고, 매장 내 TV에서도 광고를 하고 있었기에 의도하지 않았거만, 아주 꼼꼼히 그 뒷면을 읽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앗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롯데리아에서 눈속임을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짜의 덫!'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괜히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일터. 모든 공짜에는 분명히 그 대가가 있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 법이다. 휴대폰 무료통화 증정권의 첫 번째 덫은 바로 유효기간이었다.

유효기간은 2006년 5월 31일. 작은 글씨로 써 있어, 이런 걸 확인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나중에는 써 보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은, 아주 초보적인 덫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 통화권을 염두에 두고 이런 세트를 먹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 공격은 가뿐할 것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공격을 잘 피해야 한다. 진짜 함정은 유효 기간이 아닌 사용 기간이다. 설명에 따르면 사용 기간은 '등록 후 30일'이라고 되어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사용해야 하는데, 등록만 하고서 30일이 지나버리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공짜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공짜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 양중모
그러나 이 함정 역시 공짜를 사랑하는 고수들이라면, 이미 파악했을 터이다. 최대 난적은 바로 과금 방식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이다. 이 상품권의 경우 최초 1분은 분당 과금이 180원이며, 이후 10초당 3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여기서 최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최초 1분은 1~60초를 가리키는데 1초든 60초든 똑같은 180원이 부과되는 만큼, 실수나 계산 착오로 15초 이내에 끊는다던가 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10초 단위로 넘어오면 그같은 위험성은 줄어들겠지만, 1초 사용이나 10초 사용이 같은 요금이 부과된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4000원 내고 4000원짜리 받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최대 사용 가능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정확히 통화 가능한 요금은 3960원이다.

뭐, 그래도 사실상 화폐 가치가 없어진 10원 단위 4개를 주고 먹은 것이니 공짜나 다름없지만, 완벽한 공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매번 통화 시간마다 초단위로 세면서 손익을 계산하는 초절정 고수가 아니라면 이 난감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만하다.

친절하게도 그 고민에 대한 답은 휴대폰 무료 통화 증정권 뒷면에 나와있다. 그냥 최장 통화 시간인 22분을 꽉 채워서 한 번에 다 써버리면, 3960원 다 완벽히 쓸 수 있다. 문제는 2시간 동안 통화하고도 "자세한 건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남자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여성들의 대화 패턴이라면 모를까, 남성의 입장에서 그렇게 하기란 참으로 난감하고 뻘쭘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는 것을 귀찮아하는 남자들의 경우 통화권 뒷면에 쓰여진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이나 할지부터 의문이다. 실제로 당시 신문 기사에는 등록 비율도 별로 높지 않다고 나왔다.

그 기사대로 나 역시 여전히 등록하지 않고 있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것이지만, 등록 후 바로 쓸 생각이기에 22분 꽉 채워서 통화할 만한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래서 모니터 위에 딱 붙여 놓고 잊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보면 한심한 이 모습, 공짜를 위해서 자신의 시간이라든가 하는 또 다른 무형의 가치를 놓치게 되는 것이 사실은 공짜의 진짜 덫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알면서도 빠져나오기 힘든 때가 있는 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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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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