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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에 틀을 만든 '우리마을'이 있다. 경기 남부 지역 가운데 안양, 과천, 군포, 의왕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 모인 '개혁지향 누리꾼들의 열린 커뮤니티'다.
이 우리마을에서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하기로 했다. 물론, 경기도 의왕 시민 18년 차인 나 역시 지난 11월 이 모임에 가입했다. 자신이 가입한 모임 소식을 전하는 글은 자칫 속 보이는 '짓거리'로 비칠 수 있다.
그럼에도 어제 11일 일요일, 취재하러 나갔다. "내세우는 건 좀 그런데요?"라고 말할 일부 회원들이 있을 텐데도 취재 강행(?)을 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그들의 마음이 너무 순수함을 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카메라를 들이대던 내 눈에 먼저 띈 사람은 어른이 아니라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방예슬이라는 친구다. 아빠와 함께 "저도 할 수 있어요"라며 고무장갑을 낀 당찬 친구. 그 친구에게 반해서다.
우리마을 이장인 강관항(43)씨는 김치 담가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일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적잖이 저어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한 뒤 마을의 취지와 이 일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보여주었다.
"우리마을은요, 먹은 맘 없이 지역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동참하며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제 막 출발한 모임으로 '김치나누기' 행사를 벌입니다만, 일회성은 절대 아닙니다. 이런 작은 일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갖자는 게 취지입니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웠습니다만 열다섯 분이나 나오신 걸 보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자신들이 속한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잘못된 지역 행정과 권력에 대해 항변하고, 다음 세대가 살 세상은 지금보다 낫기를 바라면서 작은 움직임부터 실천하겠다는 우리마을.
포기 실한 배추 70포기, 4등분으로 280포기를 준비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토요일 내내 준비해 일요일 아침부터 움직인 바람에 오후 네 시에야 끝난 우리마을 사람들의 김치 담그기 작전. 그 온전한 하루를 사진에 담았다(배달 뒤 귀가까지는 저녁 7시).
그들 땀냄새와 김치맛에 한 번 빠져 봅시다!
안양시 '여성의 전화'가 운영하는 쉼터와 군포시 '여성민우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가정 다섯 집. 그렇게 다 돌고 나니 벌써 동쪽 하늘에 반편달이 우련하다.
귀가길, 각자 차 안에서 보름을 앞둔 반편달을 보며 모두 노곤하면서도 뿌듯했겠지. 나누는 기쁨이 우리마을이 추구하는 가치 가운데 가장 크게 자리했을 때, 21세기형 새로운 두레의 희망이 움터 방방곡곡 싹 틀 수 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