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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파트 베란다에서...중략...마치 촛불을 켜 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2005.12.7. 촬영)
'필자의 아파트 베란다에서...중략...마치 촛불을 켜 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2005.12.7. 촬영) ⓒ 유영수
일단 해가 떠오르는 동쪽하늘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이 멋진 배경이 되어주고, 거기에 두둥실 아름답게 그 자태를 뽐내는 운해(雲海)가 카메오 출연을 해주니 이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지리산 풍경사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목까지 더해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허나 이리도 아름다운 산 정상의 일출은 그 나름대로의 맹점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해 뜨는 시각까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하고 체력 또한 뒷받침이 돼줘야 한다.

물론 관광버스를 타고 중턱까지 올라가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산행을 한 후 구슬땀을 흘리며 맞이하는 해오름의 장관이야말로 일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명산 정상의 해오름을 제대로 보기 위해 산사람들은 무박산행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자주 택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보는 이에 따라선 바닷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오름에 비해 그 분위기가 덜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장관을 연출해내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하는 운해가 오히려 해돋이 감상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두물머리의 해오름 풍경. (2004.12.7. 촬영)'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두물머리의 해오름 풍경. (2004.12.7. 촬영)' ⓒ 유영수
그렇다면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강가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건 어떨까.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로 사진작가들과 각종 드라마나 영화촬영의 명소가 된 두물머리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이곳에서는 수령 400년을 자랑하는 느티나무와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물 덕분에 더 진한 감동을 맛볼 수도 있다.

가까운 한강이나 안양천 등에서도 결코 녹녹치 않은 해오름의 장관을 발견할 수 있다. 한강에는 올림픽대교나 성산대교, 청담대교 등 그 자체만으로 작품사진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 없는 다리들이 많이 있기에 이를 활용해 일출의 감흥을 한층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일출이나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특히 사진으로 담기 위해선 끈질긴 인내가 필요하다. 좋은 사진을 얻는 것 자체가 끝없는 기다림과 넉넉한 여유를 필요로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감내하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 바로 일출의 순간이라 하겠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구름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면 엄동설한의 추위도 느낄만한 틈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오름의 순간을 직접 끌어안기 위해 그리고 디카에 담아내기 위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은 나날동안 매서운 새벽바람을 이겨냈던 필자는 무얼 으뜸으로 꼽을까. 주저함 없이 바닷가에서의 해맞이를 추천하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제일 먼저 그 감동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좋은 감상포인트를 잘 찾는다면 해안가에 매어진 고깃배와 마침 날아오르는 갈매기들 거기에 예쁜 뭉게구름이 혼연일체가 되어 심장까지 멎게 만드는 절정의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왜목마을에서 운좋게 순간포착한 해오름의 장관. 이렇게 멋진 일출은 이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2004.3.7. 촬영)
왜목마을에서 운좋게 순간포착한 해오름의 장관. 이렇게 멋진 일출은 이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2004.3.7. 촬영) ⓒ 유영수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제일 추천하고 싶은 해오름의 명소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왜목마을'이다. 수도권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달려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다 무엇보다 해오름과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빨리 출발한다면 넉넉잡고 3시간 정도면 왜목마을 입구에 다다를 수 있기에 당일코스로도 훌륭한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왜목마을 해안가에는 해뜨기 30분 전쯤 자동차를 타고 수도권에서 달려온 사진작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서해안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이채로운데다 그 지리적 특성상 한 곳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장점은 무척 흥미롭기까지 하다.

동향(東向)의 포구 앞쪽으로 서해바다가 펼쳐지는 특이한 지형 덕분에 해가 서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포구에서 보는 일출도 괜찮지만 해안가 바로 뒤에 있는 석문산 정상에 올라 해를 맞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또 한가지 매력적인 것은 해변에 들어선 펜션 안에서 일출의 장관을 목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운 겨울 바닷바람이 부담스럽다면 아기자기하게 지어놓은 펜션 방안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편하게 해돋는 광경을 감상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해돋이는 꼭 멀리까지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여행과 함께 일출의 명소를 찾아가 지켜보는 해오름의 장관만큼이야 못하겠지만 서울에서도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서울에서 가장 동쪽이라는 아차산 중턱에서 신년 해맞이를 하는 장면. (2005.1.1. 촬영)
서울에서 가장 동쪽이라는 아차산 중턱에서 신년 해맞이를 하는 장면. (2005.1.1. 촬영) ⓒ 유영수
서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감상할 수 있는 아차산이나 새롭게 단장해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남산, 아니면 동네 뒷산에서도 붉게 물들어 가는 해돋이의 순간은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필자처럼 아파트 베란다에서 해오름의 장관이 연출해내는 정경을 여유롭게 감상해도 좋으리라. 바닷가나 높은 산 정상보다는 덜하지만 나름대로 도심의 빌딩들과 타워크레인 그리고 인근 산자락이 어우러진 베란다의 일출풍경도 나름의 멋을 자랑하고 있음이다.

이제 해돋이만큼이나 가슴 설레게 만드는 노을지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해가 떠오르며 온통 하늘과 구름을 빨갛게 물들일 때 심장이 멎을 듯하고 그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돼 할말조차 잃어버린다면, 고된 하루 일과를 마감하기 전 지친 도시민의 마음을 달래주는 낙조는 또다른 감흥을 선사해 준다.

외근을 하던 중 차 안에서 우연히 감상하게 된 도심 속 노을지는 광경. 누구나 이런 장면을 목도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05.11.21. 촬영)
외근을 하던 중 차 안에서 우연히 감상하게 된 도심 속 노을지는 광경. 누구나 이런 장면을 목도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05.11.21. 촬영) ⓒ 유영수
무엇보다 낙조의 풍경은 일출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굳이 새벽잠을 설쳐가며 부지런 떨지 않아도 장을 보다 혹은 퇴근길 버스 안에서도 우연히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 바로 노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붉은 기운이 주위를 모두 녹여버릴 것만 같은 이 멋진 광경도 느껴 본 사람들만이 즐기는 것 같다. 실제로 노을지는 멋스런 풍경에 넋을 잃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노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뭘 찍는 거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제부도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어쩔 수 없이 대부도에 들렀다 담을 수 있었던 멋스런 낙조의 순간. 날이 흐려 지는 해를 또렷이 볼 순 없었지만 바위에 앉은 새 한 마리가 정경을 만들어냈다. (2004.3.28. 촬영)
제부도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어쩔 수 없이 대부도에 들렀다 담을 수 있었던 멋스런 낙조의 순간. 날이 흐려 지는 해를 또렷이 볼 순 없었지만 바위에 앉은 새 한 마리가 정경을 만들어냈다. (2004.3.28. 촬영) ⓒ 유영수

안양천 물과 광명시 도덕산이 어우러진 노을지는 풍경. 흩어진 구름 모습이 마치 날아가는 학을 보는 듯하다. (2005.11.27. 촬영)
안양천 물과 광명시 도덕산이 어우러진 노을지는 풍경. 흩어진 구름 모습이 마치 날아가는 학을 보는 듯하다. (2005.11.27. 촬영) ⓒ 유영수
쉽게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노을이지만 조그만 정성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달력이나 엽서에서 봄직한 멋진 순간을 포착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이 대학로 뒷편의 낙산공원이나 한강이 붉어지는 정경을 감상할 수 있는 월드컵 공원 내 하늘공원, 그리고 송파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올림픽공원도 좋은 낙조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야경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청계천의 시작점인 청계광장에서 노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행운이라 하겠다. 아름다운 분수와 주변빌딩의 화려한 조명에 붉게 물든 하늘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해 내기 때문이다. 남산 한옥마을의 고택(古宅)이나 원당 종마목장의 초원 등 특이한 배경이 더해진 낙조도 훌륭한 그림을 만들어 줄 것이다.

화려한 청계천 야경 뒤로 펼쳐지는 노을이 한껏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05.9.23. 촬영)
화려한 청계천 야경 뒤로 펼쳐지는 노을이 한껏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05.9.23. 촬영) ⓒ 유영수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사진이 필자의 취미로 굳혀지며 자연스레 주 테마가 돼버린 하늘과 구름 그리고 해돋이에 노을까지. 굳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멋진 풍경사진의 소재들이다.

이제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리고 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하늘을 올려다보자. 마음 속에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와 현대인들이라면 한번씩 홍역을 치른다는 우울증, 이거 사실 별거 아니다.

살벌한 분위기가 감도는 구치소 담장 너머에도 붉은 노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살벌한 분위기가 감도는 구치소 담장 너머에도 붉은 노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 유영수
우리를 위해 펼쳐지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며 가슴 벅찬 감동을 맘껏 느낀다면, 매일 매순간 행복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12월 여행이벤트' 응모기사입니다.

맛스런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개인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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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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