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0.26 재선거 압승 이후 웃음을 잃지 않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랜만에 격노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는 8일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7일 밤 국회 재경위원회 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한 것과 관련 "협상하자고 해놓고 숫자로서 표결처리를 한다면 야당이 존재할 필요가 뭐가 있겠냐"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탈북했다가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씨 사건과 관련해 "이 노병이 사실 날이 얼마나 남았겠냐"며 "이 나라에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애국한 것이 죄인가, 조국이 과연 이런 분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또 북한인권·월남전 참전용사 대우·파주 '애국열사 묘소'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입만 열면 인권을 말하면서 북한인권 국제대회는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냐"며 "이 정권이 누구를 위한 정권인지 회의가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이어 "한편에서는 파주의 통일애국열사 묘역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분위기의 이런 나라에서 앞으로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싸우고 누가 애국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개방형이사제 도입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며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같은 단호한 언급은 지난 10월 18일 "체제수호에 모든 것을 걸겠다"던 기자회견을 연상시킨다. 박 대표는 강정구 교수사건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체성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었다.

10. 26 재선거를 앞두고 박 대표가 올인했던 '국가정체성 수호'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지만, 선거가 지난 뒤에는 쏙 사그라들었다.

이날 박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많은 말을 쏟아냈지만, 어제와 오늘 가장 큰 뉴스 중 하나였던,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정권이 조작, 8명 사형집행 박정희 개입' 발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유정복 비서실장에 따르면, 발표가 있었던 어제(7일)도 박 대표는 기사는 봤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이런 나라에 누가 애국하겠나" 민청학련 피해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한만택씨 사건, 참전용사들과 월남전 고엽제 피해자 보상 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과 그 유가족,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 문제 또한 시급한 일이다.

이날 '조국이 과연 이런 분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런 분위기의 이런 나라에서 앞으로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싸우고, 누가 애국을 하겠는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는 박 대표의 언급은 독재권력이 조작한 간첩사건으로 죽음을 당한 당사자들과 30년간 고통을 겪어온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