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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유명한 금난새씨가 12월 3일 저녁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모습.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유명한 금난새씨가 12월 3일 저녁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모습. ⓒ 울산 북구청
'친절한 금난새씨'가 울산 북구에 왔다. 지휘자 금난새씨는 지난 12월 3일 저녁 7시30분 울산 북구문화예술회관 2층 대공연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편안한 몸짓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청중들을 클래식 속으로 이끌고 갔다.

'금난새와 함께하는 가족음악회'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공연에서 금씨는 고정관념을 깨는 진행으로 편안하게 청중들에게 이끌었다. 그와 함께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명곡들도 청중 곁으로 다가왔다.

지휘자인 그가 무대에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청중들에게는 이미 파격이었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서 금씨는 클래식도 충분히 웃고 박수치며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음악의 전도사'가 됐다.

금난새씨는 청중과 대화하는 지휘자다. 클래식을 감상하는 매너를 몰라 실수하거나 혹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청중을 향해 "각 장 사이에는 박수를 안 쳤으면 좋겠어요"라는 가벼운 말로 청중의 긴장을 풀어준다.
금난새씨는 청중과 대화하는 지휘자다. 클래식을 감상하는 매너를 몰라 실수하거나 혹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청중을 향해 "각 장 사이에는 박수를 안 쳤으면 좋겠어요"라는 가벼운 말로 청중의 긴장을 풀어준다. ⓒ 울산 북구청
이 날 금씨는 그가 이끄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두 세 곡의 명곡을 들려줘 공연장을 메운 600여 명의 관객을 흥분시켰다. 평범한 청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었지만 금씨의 해설은 이 때 빛을 발했다.

그의 해설은 감상을 방해하는 '도를 넘는 평론'과 같은 것이 아니라, 비유하자면 작곡가가 음악 곳곳에 숨겨놓은 보석을 찾는 암호해독 코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 코드가 있었기에 청중들은 낯선 곡들을 단지 부서져 떠다니는 음표들로서가 아니라 작곡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로, 하나의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 "곡의 각 장마다 박수를 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는 애교섞인 부탁을 통해 클래식 공연의 기본 매너를 잘 모르는 청중이 음악 사이에 박수를 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청중들도 금씨가 살짝 귀띔해주는 클래식 감상의 매너를 통해 연주가 방해되지 않도록 잘 감상할 수 있었다.

금씨는 또 곡이 이어질 때마다 청중들에게 음악이 어땠냐고 묻는 대신 연주가들에게 "청중이 어땠냐"고 물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 역시 그 만이 할 수 있는 역발상이었다.

공연 휴식시간에도 금난새씨는 관객들과의 만남을 멈추지 않았다. 청중들도 무대 아래 내려온 그를 만나기 위해 모여 들었다.
공연 휴식시간에도 금난새씨는 관객들과의 만남을 멈추지 않았다. 청중들도 무대 아래 내려온 그를 만나기 위해 모여 들었다. ⓒ 울산 북구청
이 날 금씨와 오케스트라가 가장 먼저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제3번 Bb 장조 K.137>이었다.

금씨는 본 연주 전에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각각의 현악기가 갖고 있는 음색을 청중들에게 들려줬고, 코스요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처럼 각 장의 특징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자 "'금난새라는 새가 무슨 새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는 웃지못할 전설까지 낳았던 그는 새처럼 나는 듯 지휘했다. 지휘봉의 움직임에 따라 현악기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연주가들의 어깨와 팔을 휘감으며 물결쳤다.

두 번 째 곡은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No.8 c단조 Op.110>. '전쟁'을 주제로 한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가 1960년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 구 동독의 드레스덴을 1960년 방문한 후 그 심경을 담은 곡이다. 곡에는 '전쟁과 파시즘의 희생자를 위해 바침'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금씨의 해설은 이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뛰어넘는다. 1악장 등의 첫 음이 쇼스타코비치 이름의 약자인 'D.S.Ch'의 음에 해당하는 '레,미,도,시'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과, 음악 곳곳에 숨어있는 인간의 잔인함과 절규, 상처와 자비 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해설 덕분이다.

쇼스타코비치의 무겁고 철학적인, 그것도 20분 가량 되는 곡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개인의 감상의 틀을 깨지 않는 그의 적절한 해설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해설이 없었다면 그 명곡을 오로지 무겁고 음울한 음의 반복으로 느낄 청중도 많았을 것이다.

마지막 곡이 있기 전 15분 가량의 휴식시간 동안에도 금씨는 쉬지 않고 관객을 만났다. 그 틈새에 사인회를 가진 것이다. 청중들은 '말하는 지휘자'를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휴식도 마다하고 줄을 서 사인을 받아갔다.

금난새씨의 편안한 진행 덕분에 청중들은 클래식에 귀가 열린다.
금난새씨의 편안한 진행 덕분에 청중들은 클래식에 귀가 열린다. ⓒ 울산 북구청
이 날 마지막 곡은 모두 4악장으로 이뤄진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5번 Bb장조 D.485>. 금씨는 단순한 소나타 형식에서부터 내림 마 장조로 된 가요형식 등이 이 교향곡에 담겨 있다는 것을 소개했고 3악장의 미뉴에트 부분을 설명할 때는 햄버거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식재료 등을 비유로 들어 청중이 그 느낌을 직접 맛보듯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곡까지는 없었던 목관악기들이 결합된 유려한 선율로 세번 째 곡이 끝나고 관객들이 앵콜박수를 보내자 금씨는 벤자민 브리튼의 곡을 '피치카토(현악기를 활을 사용하지 않고 그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주법)'로 연주했다.

하프연주같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가야금 소리 같기도 하고 혹은 기타 연주같기도 한 그 색다른 기법을 경험한 청중들의 박수는 멈출 줄 몰랐다. 그 박수는 금씨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한 명곡에 대한 답례이자 '클래식이네 예술가네'하며 근엄 떨지 않고 청중과 가까이에서 호흡한 공연에 대한 긍정의 화답이었다.

또 클래식도 '얼마든지 재미있으면서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 달라는 주문의 갈채이기도 했다. '친절한 금난새', 그 덕분에 '우리도 얼마든지 클래식 애호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울산 북구 웹진 <희망북구(www.hopebukgu.ulsan.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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