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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사랑의 지팡이 염포·양정센터'에서는 지난 5월부터 지역 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실시해 왔다. 원래 울산 북구 염포동 신전시장 입구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세계로교회'로 장소를 옮겼다. 사진은 교회 내 식당 모습.
울산 '사랑의 지팡이 염포·양정센터'에서는 지난 5월부터 지역 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실시해 왔다. 원래 울산 북구 염포동 신전시장 입구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세계로교회'로 장소를 옮겼다. 사진은 교회 내 식당 모습. ⓒ 김정숙
"든든하게 잡수세요. 모자라면 얼마든지 얘기하시구요. 맛은 괜찮으세요?"
"정성으로 만들었는데 맛이 없을 리가 있나? 맛이야 최고지."

음식을 준비한 봉사자들이나 그것을 먹는 어르신들이나 연신 인사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 받는다.

지난 3일 점심 무렵 울산 북구 염포동 '세계로 교회' 내에 있는 식당. 울산 '사랑의 지팡이 운동 염포·양정센터(사단법인 볼런티어크로스·이하 '센터')'가 마련한 무료급식 시간에 지역 어르신 60여명이 찾아 온정이 담긴 따뜻한 밥 한 끼로 찬 속을 채웠다.

이 날 나온 음식은 밥과 된장국에 고등어조림, 두부양념구이 그리고 갓 버무린 싱싱한 김치. 후식으로 다양한 과일도 빠지지 않았다.

무료급식에서 배식을 하고 있는 장면. 사진 맨 앞쪽을 보이는 황 할아버지는 배식 때 꼭 밥푸는 일을 맡는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봉사하는 것이다.
무료급식에서 배식을 하고 있는 장면. 사진 맨 앞쪽을 보이는 황 할아버지는 배식 때 꼭 밥푸는 일을 맡는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봉사하는 것이다. ⓒ 김정숙
식당을 찾은 어르신들 중 대부분은 자녀 없이 홀로 지내거나 가족들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이다. 이곳에서 나눠주는 점심 한 끼가 하루 식사 중 가장 '제대로 된' 식사인 어르신들도 상당수 있다.

어떤 어르신은 아예 빈 도시락을 들고 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저녁과 다음날 아침끼니까지 챙겨간다. 그만큼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시간이 꼭 밥을 먹기 위해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식 시간 30분 전쯤부터 식당을 찾은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맞춤하게 난방이 돼있는 온돌식 바닥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 그곳은 식당이 아닌 사랑방이다.

이 센터에서는 지난 5월부터 매주 월·수·토·일요일 점심 때 이처럼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해 왔다. 매번 60~80여명의 지역 어르신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고 찾는다.
지난 11월 초까지는 울산 북구 염포동 신전시장 입구에서 무료급식을 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이 교회 식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식사를 대접받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따뜻한 밥 한끼를 준비하는 봉사자들도 더불어 행복하다. 배식을 해며 즐겁게 웃고 있는 봉사자들의 모습.
식사를 대접받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따뜻한 밥 한끼를 준비하는 봉사자들도 더불어 행복하다. 배식을 해며 즐겁게 웃고 있는 봉사자들의 모습. ⓒ 김정숙
요리는 센터 내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고 염포동 여성자원봉사회 회원들이 수요일마다 결합해 배식과 설거지를 담당하기도 한다. 교회가 동네 높은 곳에 있어 걸어 올라오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고갯길 아래쯤에서 차로 기다렸다가 모셔오기도 한다.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봉사자 중에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양위순(69) 할머니도 그런 경우다.

양 할머니는 "우리가 준비한 밥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나도 물론 몸이 안 좋은 데가 있긴 하지만 여기 와서 봉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돼.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복이니 얼마나 즐거운 일이야"라며 마냥 즐거워했다.

'사랑의 지팡이'가 마련한 무료급식 봉사에 찾은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다.
'사랑의 지팡이'가 마련한 무료급식 봉사에 찾은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정숙
황성출(79)·황도원(72) 할아버지는 배식에 동참하거나 어르신들이 식사 때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도우미할아버지들이다.

배식할 때 밥 푸는 일을 맡고 있는 황성출 할아버지는 "무료급식 때 밥주걱을 잡을 수 있는 권한은 나밖에 없다. 딴 건 몰라도 밥 푸는 일은 꼭 내가 하고 싶다"고 웃으며 자신의 봉사활동에 뿌듯해 했다.

황도원 할아버지는 식사하는 어르신들 사이를 일일이 돌며 모자라는 게 없는지 살피고 자잘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한점숙(45) 무료급식팀장은 "어르신들이 밥을 거저 얻어먹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이곳을 편안한 쉼터처럼 느낄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한다"며 "빠짐없이 나오다가 어느 날 안 보이는 분이 계시면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지 걱정돼 찾아가 볼 정도로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무료급식이 있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음식을 준비한다. 봉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부엌 모습.
자원봉사자들은 무료급식이 있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음식을 준비한다. 봉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부엌 모습. ⓒ 김정숙
센터 회원들은 몸이 아파 못 오는 어르신은 직접 찾아가 끼니를 챙겨드린다. 맘은 안타깝지만 '갑작스레 혹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아무도 모른 채 쓸쓸히 돌아가신 어르신이 있으면 회원들은 장례 절차를 도와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 한다.

그래도 무료급식 덕분에 조금씩 건강을 되찾는 어르신들을 보면 회원들은 또 힘이 솟는다. 이곳을 늘 찾는 김 아무개(70) 할머니가 그랬다.

김 할머니는 "예전에 끼니를 제 때 못 챙겨먹어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이곳에서 골고루 차려진 음식을 먹고 점점 건강해지고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봉사자들 중에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많다. 사진 맨 앞에 보이는 양위순 할머니도 그런 경우다. 양 할머니는 "남에게 베풀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봉사자들 중에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많다. 사진 맨 앞에 보이는 양위순 할머니도 그런 경우다. 양 할머니는 "남에게 베풀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 김정숙
김주연 울산 '사랑의지팡이 운동 양정염포센터' 대표(44·세계로교회 담임목사)는 "반찬 몇 가지에 국 한 그릇, 그리고 밥이 전부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네 부모, 내 부모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무료급식을 통해 어르신들은 밥 한 끼에 따뜻한 정을 느끼고, 봉사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의 부자가 되니 서로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울산·경남 지역 중에 최초로 창립된 이 센터는 울산 '사랑의 지팡이' 염포·양정 27개 가맹점의 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회비 등으로 그동안 이 같은 무료급식을 운영해 왔다.

사랑의 지팡이 가맹점은 이 운동에 동참하는 다양한 업종의 모범업소로 구성돼 있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과 그 가족, 자원봉사자들은 회원카드로 이 가맹점을 이용할 경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사랑의 지팡이 운동'은 지난 2003년 안양에서 시작된 지역경로운동으로 읍·면·동이 단위가 돼 '지역의 어르신은 지역사회가 공경하고 섬겨야 한다'는 철학으로 활동하는 비영리사단법인 단체다. 보건복지부와 행자부의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운동은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 있는 지역의 교회가 중심이 돼 주민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회원들은 자녀가 없거나, 있어도 생계가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염포·양정센터에서는 창립 이래 무료급식 뿐 아니라 지난해 여름 울산 '굿모닝병원'이 무료백내장 수술 서비스를 실시했을 때 검사에서 수술 뿐 아니라 입원치료까지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돌보며 땀 흘렸다.

이 날 무료급식 봉사가 끝난 뒤 모처럼 다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센터 대표인 김주연 목사이고, 맨 오른쪽이 조경래 사무국장이다.
이 날 무료급식 봉사가 끝난 뒤 모처럼 다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센터 대표인 김주연 목사이고, 맨 오른쪽이 조경래 사무국장이다. ⓒ 김정숙
또 4명이 1조가 돼 지역 내 13개 가정을 돌며 '이웃사랑 섬김이'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들 '섬김이'들은 매주 2차례 해당 가정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돼 드리고 밑반찬 만들기와 청소, 목욕 돕기 등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돌보던 어르신이 돌아가셨지만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을 때는 이 들 '섬김이'들이 모든 장례절차를 도맡아 치르기도 했다.

이 센터의 조경래(39) 사무국장은 "사랑의 지팡이 운동은 지역의 경로효친 사상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고령화 사회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정부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의미도 갖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복지에 있어서 정부와 역할을 분담하는 파트너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돌봐야 하는 어르신들에 비해 봉사자들은 부족한 실정이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운동에 후원이나 자원봉사자로 동참해 우리 지역 어르신들이 한 분이라도 더 따뜻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의 (052)287-9182
후원 및 회비 계좌번호
기업은행 246-13-01748-4 (VC 염포양정센터)
농협 898-01-131440 (VC 염포양정센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울산 북구 웹진 <희망북구>(www.hopebukgu.ulsan.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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