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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첫눈이 쌓여 있는 성당 계단(하얀 눈 위의 발자국 이쁘죠?).
하얀 첫눈이 쌓여 있는 성당 계단(하얀 눈 위의 발자국 이쁘죠?). ⓒ 배상용
울릉도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이미 며칠 전 기온이 낮은 산 중턱에는 조금씩 눈이 있었지만 도로가와 주택가에는 처음 내린 눈입니다.

어제 각종 매스컴에서는 전국에 눈이 온다며 부산함을 떨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이제나 저제나 눈을 기다렸지만 결국 눈을 보지 못하고 새벽 1시를 넘겼습니다.

도동성당의 입구(계단을 밟고 끝까지 올라가면 성모마리아 상이 있답니다).
도동성당의 입구(계단을 밟고 끝까지 올라가면 성모마리아 상이 있답니다). ⓒ 배상용
오늘 아침 7시쯤 집사람이 마구 깨웁니다. "자기야... 눈 온다~ 눈."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정말 눈입니다. 이곳 울릉도에는 워낙 많은 양의 눈이 와 정말 한겨울철에는 지겨울 만큼 짜증도 나긴 하지만 1년여만에 보는 눈이라 그저 아이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성당 앞 동백나무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성당 앞 동백나무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 배상용
그래서 오늘은 첫눈을 기념 삼아 카메라를 둘러메고 성당으로 향해 봅니다. 신부님을 뵌 지도 오래 된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발길이 성당으로 옮겨집니다. 성당 계단에는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돌계단의 하얀 눈 위로 찍혀 있는 신발 자국이 그저 이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도 하얀 눈이 덮여 있는 깨끗한 곳만 골라 괜시리 밟아 봅니다.

교우님들이 눈을 치우느라 부산합니다
교우님들이 눈을 치우느라 부산합니다 ⓒ 배상용
성당문을 열고 들어서니 '판공성사'를 받으려 기다리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건냅니다.

"우리 교우였네요. 반갑습니다."
"아 예... 많이 차지예? 그래도 눈이 오니 기분은 좋다 거지예."

한동안 찾지 않았던 성당이라 할머니도 절 잊었나 봅니다. 겸염쩍은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자리에 앉습니다.

한창 미사 중인 성당 내부
한창 미사 중인 성당 내부 ⓒ 배상용
"자기야. 봐라 워낙 가끔씩 오니까 할머니도 착각하는 모양이다."

집사람이 한마디 합니다.

"쉿, 조용히 해라 마. 그래도 기분은 억수로 좋다, 아이가."

오늘 내린 첫눈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특히나 성스러움의 상징인 성당 앞마당에서 밟아본 하얀 눈은 그 무엇보다 희고 깨끗했습니다.

성당 앞 망향봉엔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성당 앞 망향봉엔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 배상용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며 이 하얀 눈같이 온세상이 좀더 깨끗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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