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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나라에 퍼지고 있는 전반적인 포퓰리즘은 자율, 창의성, 다원주의적 가치와는 맞지 않는다. 황우석 박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MBC < PD수첩 >에 대한 공격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황우석 박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문제를 제기한 MBC < PD수첩 >이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비판이 거세다. < PD수첩 >을 공격하는 이 같은 여론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위기이지만,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완(사진) 의원은 오늘(2일) 아침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 PD수첩 >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격은 잘못된 포퓰리즘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월남전 때의 미라이 양민학살 사건을 폭로한 시모허 허시 기자의 예를 들면서, "전쟁 중에 이런 걸 보도하는 것을 두고 매국노라고 비판이 일었지만 결국 나중에 칭송받았다"며 "이번 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민노당을 제외한 여야가 황 교수에 대한지지 일색인 것에 대해서도 "인류의 난치병 치료에 대한 공헌과 국가이익에 미칠 영향 감안하면 성원하고 지원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일방적으로 두둔한다든지, 편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 PD수첩 >은 1차적으로 연구의 절차문제에 대해 보도했는데, 우리 사회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을 허용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이런 관행을 보편적인 가치규범에 맞춰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황우석 박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진위 공방과 관련해 "거짓이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이미 외신에도 다 나갔기 때문에 슬그머니 그만 둘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지 검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 광고 12개가 모두 취소되는 등 < PD수첩 >팀과 프로그램을 제작한 PD에게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2003년에 <네이처>에서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그 연구원의 실명도 나왔었다. 그런데 그 연구원이 영어가 서툴러서 그랬다고 번복하지 않았나. 이미 그때 국내생명과학계에서 황우석 박사 쪽에 공개토론을 요청했는데 거절했다. 그 뒤 이에 대한 의혹이 잠복하면서 퍼져 나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섀튼 박사가 연구의 비윤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별을 선언해 일이 커졌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없던 일로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PD수첩 >은 섀튼의 기자회견 뒤에 방송됐지만, < PD수첩 >이 아니라도 국내외의 다른 언론이 결국 파헤쳤을 것이다.

더욱이 섀튼이 문제제기를 했고, 제보자로 알려진 연구원이 섀튼 박사 밑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한국이 '윤리문제가 없다고 부인했다'면 섀튼이 자기 명예를 위해 결국 2차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다.

물론 < PD수첩 >은 6개월 전부터 취재했기 때문에 섀튼의 기자회견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 또 강압적인 취재라는 부분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런 점을 다 감안해도 매국노라는 비판은 심하다. 기자의 소명은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내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것인데, 그 결과가 자기가 바라는 것과 다르다고 해서, 당장의 국익에 해가 된다고 해서 문제 삼으면 안 된다."

- 국익과 진실의 문제라는 것인데.
"월남전 때 미국 신문기자가 미라이 양민 학살 사건을 보도했을 때, 전쟁 중에 이런 걸 보도하는 건 매국노라는 비판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 칭송받지 않았나. 이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는데 이 가운데 균형감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신사참배를 중단하라고 일본에 요구하고 있는데, 전범 즉 인류의 보편적 인권에 반하는 행동을 한 인물들에 대한 참배를 중단하라는 것이고, 일본의 지나친 국수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일본에서도 신사참배 하자는 여론이 많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 결국 양쪽 사안 다 성역에 대한 문제라는 의미인지.
"그렇다."

"국내언론의 섀튼 교수 격하, 명예훼손 소지 있다"

- 한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것을 미국이 시기해서 문제를 삼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미국은 배아줄기가 아니라 성체줄기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다. 미국은 배아줄기 자체를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에 논란이 많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 그런 의심을 할 수는 있으나 막 나서서 떠드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우리 언론이 섀튼을 그런 이유로 격하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그건 부차적인 것이다. 딴죽 못 걸게 투명하게 연구하면 되는 것이다."

- 정치권도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황우석 박사 사랑합니다'일색인데.
"인류의 난치병 치료에 대한 공헌과 국가이익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성원하고 지원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고운자식 매 한 대 더 때리라는 말이 있다. 일방적으로 두둔한다든지, 편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황 박사팀에도 안 좋다. 이 연구는 결국 국제학계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 PD수첩 >은 1차적으로 연구의 절차문제에 대해 보도했는데, 우리 사회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있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게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관행을 보편적인 가치규범에 맞춰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관점에서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었지만 도청을 안 했다고 거짓말 한 것이 닉슨이 물러난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경우에 비춰보면 우리가 여러 가지 생각해볼 게 있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관대하다.

또 우리는 배타적인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우리'라는 말에 같은 편이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는데, 역으로 다른 편에 대해서는 가혹하고 싸늘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에 퍼지고 있는 전반적인 포퓰리즘은 정당한 논리에 의한 것도 있지만 감상적이고 근시안적이고, 국지적인 관점에서 생성된 것이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으로 치환되면서 그릇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동력이 굉장히 강하다.

특히 다수의 편에 서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자율, 창의성, 다원주의적 가치와는 맞지 않는다. < PD수첩 >에 대한 공격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 PD수첩 >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사태가 우리 문화, 우리 의식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저런 목소리를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꾸기 위해 지식인들도, 지도자들도 나서야 한다."

"진위 공방, 이제 슬그머니 그만둘 수 없게 됐다"

- 요즘 들어서는 논란이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진위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을 통해 DNA 재검사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들도 나오는데.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2라운드에 들어간 셈이다. 연구내용 자체가 오류가 있다든지 가짜라든지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러명이 관련돼 있는 것인데 조작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든다. 지켜봐야 될 것 같다. < PD수첩 >이 만에 하나 물증을 갖고 있다면, 외신도 진위공방에 대해 다 아는 것이고, 슬그머니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 PD수첩 >에서 확실한 물증을 제기하게 된다면 <사이언스> 등에서 재심사하게 되지 않을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혹 허위로 밝혀진다면…. 그 타격은 상상하기 싫다."

- 황우석 박사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헬싱키 선언을 최근에 알았다고 말했다. 우리 과학계 전체가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너무 둔감한 것 아닌가.
"새로 시작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학계 전체적으로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이해는 되고, 정상참작은 되지만 그것으로 면책은 안 된다. 국제적인 학술지에 낼 때는 그 윤리기준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네이처> 보도 때 부인한 이유가 헬싱키 선언에 저촉된 것을 알고 부인한 것이 아닌가하는 가혹한 의심도 있다."

-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조사 발표 뒤, 이에 대해 논의했다. 보건복지부가 법적·윤리적으로 문제없다고 발표했지만 1년 반 동안 부인하다가 시인한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발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나는 했다.

그런데, 정부도 서울대 수의대 보고 바로 다음날 발표하면서 검증시간이 부족해서 '서울대 수의대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에 대한 동서양 문화의 차이'라는 말을 썼다. 이는 한국은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겠나."

- 정치권에서 할 일은.
"이 분야가 새로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팀들이 세계 보편적인 윤리기준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도 지원하는 한편, 윤리기준 일부는 법으로 수렴할 생각이다. 아직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신뢰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생각이다. 연구 인프라와 투명한 난자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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