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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들썩이는 영목항에 가보았는가. 영목항은 안면도 끝자락 비탈 어귀에 있는 포구이다. 무인 등대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효자도, 원시도, 장고도, 삽시도 대천항을 오고가는 철부선, 그리고 동행하는 갈매기의 그 바다. 뱃고동 울리며 사라지는 여객선 뒤안길에서는 잔물결들만이 어깨를 들썩이던 그해 그 겨울 바다.
'흡착흡착' 짠물을 들이키고 속울음 울면서 그 울음소리를 스스로 보듬고서 출렁이던 목선의 늑골은 영락없이 천년 만년 살 것만 같던 뿌리 깊은 모성애와 애닯은 옛 추억을 고스란히 되새김질 시켜 주었다. 홀로이고 싶은 날은, 아니 홀로일 수밖에 없는 날은 무작정 영목항으로 떠나라.
"그리운 것이/울컥 솟구쳐 오르는 서러움 같은 것이/마음의 벽을 치고 달아나는데", "빈 가슴 빗물로 채운 뒤 뒤척이는" 그 바닷가 민박집에서 홀로 헤매고 사색하고 산책하며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하늘과 바다 사이 아무도 모르게/나도 저도 오늘은 실컷 울어나" 보자면서.
그 해 겨울은 그랬다. 그 바다에서 그렇게 철썩였다. 긴긴 밤이 소주잔에 기울고 차가운 바람이 영혼을 휘몰이하면서 뜨거운 아침의 햇무리를 몰고 왔다. 묵은 것들 죄다 버리고 비우라면서. 남은 찌꺼기까지 다 태우고 떠나라면서. 그렇게 귀항하라면서. 그러나 다 버린 연후에 차마 버리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 섬들의 기억을 여태 물고서 어깨 들썩이는 영목항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