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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밤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꽤 요란하게 쏟아지더니 짙은 안개가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그 안개 속으로 조그만 길이 있습니다. 거북바위까지 가는 그 길을 따라 가을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이기원
낙엽 쌓인 산은 온통 갈색입니다. 여기 저기 소나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안개에 묻혀 제 빛깔 제대로 드러낼 줄 모릅니다. 거북바위 지나 약수터 가는 길목에서 낙엽 쌓인 산보다는 새순 돋는 봄날에 어울릴 색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건 이끼였습니다. 가을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연녹색 빛깔입니다.

ⓒ 이기원
하늘 향해 치솟아 자라던 매끈하고 탄력 넘치던 나무들도 그 많던 나뭇잎 다 떨어뜨리고 줄기마저 생기를 읽어 부스스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가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잠시 쉴 뿐이지 아주 멈춘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 이기원
거북바위에 다다를 무렵 낙엽 위로 아직도 지지 않은 단풍이 보였습니다. 우뚝 자란 나무들은 모두 잎이 떨어졌는데 낙엽 위로 한 줄기 자라 겨우 잎이 자란 나무는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빛깔도 가을날의 선홍빛 단풍에 비할 정도는 못되지만 고운 맵시는 여전합니다.

ⓒ 이기원
사정없이 잘려나간 나무 밑동 옆에도 한 가닥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비와 안개에 젖은 단풍 다 말리지도 못한 채 서 있습니다. 다가올 겨울 추위를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립니다. 죽어 밑동만 남아 있는 나무 옆에서 또 하나의 생명이 하늘 향해 치솟아 자랄 그날을 준비하며 화사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구경 오실 분은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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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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