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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비상 체제를 맡은 정세균 의장이 취임 한달을 맞았다. 정 의장은 당 의장과 원내대표직, 상당수 중앙위원회 권한까지 위임받으면서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고민이 간단치 않다.

특히 최근 들어 정동영·김근태 두 장관의 당 복귀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들의 세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계파간 선명성 경쟁이 시작되면 당의장의 리더십 발휘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복귀하면 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상집행위원회도 열심히 하고 다른 의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양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의장은 2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기대하고 있다"며 차기 주자들과 현 지도부가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대치'가 아니라 '경쟁'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힘의 총화를 통해 당이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의 신뢰가 극대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비상집행위가 일을 하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수렴'의 리더십을 보였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그쪽(두 장관)에서도 비대위를 흔들어서 서로 득될 것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내주부터 (계파 세 확산 등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세균 "대치 아닌 경쟁 관계 돼야"... 차기주자 겨냥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달 전 정세균 체제가 출범했을 때 당내에서는 '구원투수' '관리형 지도부' 심하게는 '패전 처리'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까지 있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같은 예상을 뒤엎고 "필요하면 제물이 되겠다"고 공언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왔다.

사실 '적'도 '편'도 없는 정치행보를 해온 정 의장 역시 차기주자들을 자극해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던 것. 개인의 '정치적 야망'으로 비춰질 것에 대한 노파심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을 부추긴 건 40대 재선그룹. 차기 주자 그룹과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 역할을 고민해온 이들은 정 의장에게 강한 리더십을 주문하며 '당 중심론'을 펴왔다. 정 의장이 '성과'를 강조하며 탄력적인 대야 협상에 나서고, 또 '일하는 개혁'을 내세워 당내 노선 투쟁에 제동을 거는 것에도 이들의 물밑 지원이 있었다.

대야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김부겸 의원(원내수석부대표)과 비상집행위원인 김영춘 의원, 원내 대변인격인 오영식 의원(공보담당 부대표)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으며, 송영길·임종석·이종걸 의원 등이 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정 의장측은 이들에 대해 '40대 재선 역할론'이란 이름을 부여하며 25명 정도에 달하는 당내 '허리' 그룹을 우군으로 삼으려는 눈치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에 대해선 모종의 경계심을 갖고 있다. 자칫 세대간 대결로 비화돼 또 다른 계파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와대와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386 참모진과 일정한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은 당정청 관계 쇄신을 통해 정치의 중심을 당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에도 잔뜩 벼르고 들어간 청와대 만찬에서 이들은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당청간 긴밀한 소통을 주문한 비상지도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당정 분리 원칙을 강조할 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만찬에 참석한 한 재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금 정국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의 운명은 당이 개척해야 한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당청 파열음은 정세균 체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정 의장의 '입단속'에 따랐다.

정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청 관계는 공개적으로 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소통을 원할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아직 (당청 소통구조가) 완비된 것은 아니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당정 관계에 대해선 쓴소리로 이들의 불만을 대변해 주기도 했다. 정 의장은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대한 당론을 어렵사리 도출해내며 "그간 당정협의를 돌아보면 여러 중대 사안에 협의를 제대로 담보하지 못했다"며 "매우 잘못되었고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상지도부 '12월 분수령'...김부겸, 김영춘, 임종석 채비

2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원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원내대표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원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원내대표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내년 2월 1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사활은 12월에 걸려 있다. 야당을 상대로 8·31 부동산 대책, X파일, 공직자부패수사, 사학법 등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입법 과제가 산적하고 예산안 통과도 만만치 않다.

또 당 내부로는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싸고 유시민 등 개혁당파가 반발하고 있는 기간당원제 손질, 중앙위원회 권한 재조정을 둘러싼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정 의장은 "12월에는 당의 문제를 심층 진단하고 수술 방향을 잡아가겠다"며 "마음은 급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단 운영소위·전략소위·전당대회준비소위·강령정책소위 등 4대 소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과 민주적 절차를 밟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상한 상황과 맞물려 40대 재선 그룹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다음 주중으로 40대 재선 의원들의 회동이 예정돼 있는 상태. 이를 주도하고 있는 한 의원은 "리더십을 다양화하는 게 당으로서도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당내 일고 있는 '40대 역할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춘 의원은 이에 대해 "비상집행위는 당내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취합하고 있다"며 "(40대 재선 그룹의 의견도) 다양한 의견 청취를 위한 그룹핑 중 하나"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세균 체제'의 성패에 따라 이들의 행보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재선 그룹의 리더격인 김부겸 의원은 내년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 "(원내 수석부대표로서) 정기국회 기간 마무리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책임지는 정치인이 없다, 내가 그걸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여운을 남겼다.

'비당직' 재선들의 행보는 더 과감하다. '민주개혁평화세력의 대통합'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임종석 의원은 재선그룹 역할론에 대해 "당헌당규 개정 등 당 내부를 재정비하는 차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당의 진로와 관련,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임 의원은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당락의 문제를 떠나 당의 진로에 대한 논쟁을 당 안팎에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동반 출마해서 당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의지를 비쳤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40대 역할론이 이번엔 과연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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