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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밥입니다
콩나물국밥입니다 ⓒ 박희우
2차는 노래방이었습니다. 다른 동문들은 재미있어 하는데 저는 아닙니다. 괜히 어색합니다. 노래를 부를 때도 부끄럽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꾸만 술만 먹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게 오는 술잔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몸에서 술도 잘 받더라고요. 제 주량이 소주로는 반병, 맥주로는 한 병인데 그 서너 배는 족히 마셨던 것 같습니다. 요 몇 년 동안 이렇게 과음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몸인들 온전하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속도 무척 쓰립니다. 별 수 없습니다. 저는 식료품가게로 뛰어갔습니다.

저는 주인아줌마한테 콩나물 1000원어치만 달라고 했습니다. 아줌마가 콩나물시루에서 콩나물을 뽑는데 무척 싱싱해 보입니다. 노란색깔이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제 부스스한 모습을 보고 주인아줌마가 한마디 합니다.

"약주를 과하게 하신 모양입니다. 숙취 해소에는 콩나물이 최고지요."
"콩나물시루를 보니 집에서 키운 것 같아요. 국산이에요?"
"아니에요. 콩이 중국 콩인데 국산일 리가 있겠습니까. 국산 콩나물은 아주 가늘어요. 그런데 이 콩나물 좀 보세요. 아주 굵잖아요. 중국 콩나물은 다 이래요."
"그렇군요."

저는 아내에게 콩나물 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립니다. 아무래도 콩나물국밥을 먹어야 속이 풀릴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내가 안쓰럽게 저를 쳐다봅니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느냐며 한소리 합니다.

저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 과음을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에 콩나물을 씻었습니다. 아내가 멸치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멸치가 납작합니다. 저는 모양새가 우스워 키득키득 웃습니다.

"멸치가 왜 이렇게 납작하지요?"
"그래도 멸치국물 내는 데는 이런 멸치가 최고에요. 이곳에서는 '띠포리'라고 불러요."
"띠포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그건 그렇고, 내가 문제 하나 내겠소. 이 멸치가 암놈이요, 수놈이요?"
"음…. 제 생각에는 배가 볼록한 게 암놈 같은데요."
"와, 맞혔어요. 배가 통통한 게 암놈입니다. 맛도 암놈이 좋답니다."

아내는 멸치를 10분 정도 푹푹 끓였습니다. 멸치를 건져낸 다음 묵은 김치와 콩나물을 집어넣습니다. 두 번을 푹푹 끓인 다음 밥덩이와 대파 썬 것을 집어넣습니다. 1분 정도 있다가 계란도 넣습니다. 콩나물 국밥냄새가 참 좋습니다. 아내는 새우젓으로 간을 맞춥니다. 제게 맛을 보라고 합니다. 저는 호호 불어가며 국물 맛을 봅니다. 국물이 여간 시원한 게 아닙니다. 저는 엄지손가락을 힘껏 들어 보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저는 콩나물국밥을 그릇에 담았습니다. 좀 더 개운한 맛을 내기 위해 깍두기국물을 한 숟갈 부었습니다. 맛이 한결 좋습니다. 저는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습니다. 아내가 한 그릇을 더 가져옵니다. 저는 그것마저 깨끗이 비웠습니다. 속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저는 배를 쓸어내렸습니다.

"여보, 이제 좀 살 것 같소.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쉬구려."

아내가 빙긋 웃습니다. 저는 설거지를 하며 콧노래를 부릅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12월입니다. 12월은 술 마시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어느 직장치고 망년회를 하지 않는 직장은 없을 겁니다. 그럴 때면 본의 아니게 과음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자신 있게 콩나물 국밥을 권합니다. 개운하고 시원하기가 콩나물국밥을 따를만한 음식은 없습니다. 만들기도 아주 간단합니다. 콩나물, 멸치, 묵은 김치, 대파, 달걀, 새우젓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 한번 드셔보세요. 그 맛에 찬사를 보낼 겁니다. 속 쓰리다고 괜히 약 같은 것 드시지 마세요. 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식물로 푸는 게 더 좋습니다. 콩나물국밥, 속풀이에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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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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