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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에 위치한 동호(冬湖) 초등학교를 내가 1978년도에 33회로 졸업했으니 28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모교였다. 관사 뒤편에서 학교일을 돌보시던 박 주사 아저씨의 그리운 모습은 이제는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릴 적 운동장에 우뚝 서서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던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와 이승복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은 그렇게 한 자리에서 많은 세월 동안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나를 반겼다.
어릴 적 1200명의 학생들이 공부 했던 교정이 이제는 28명의 전교생과 6명의 선생님이 공부하는 작은 시골마을의 초등학교로 변해버린 동호 초등학교의 학습 발표회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시골의 바쁜 일손탓에 관객이라고 겨우 1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무대였지만 배움의 열의만큼은 열정적 이었다. 어릴 적 꼭두각시 무용을 하며 내가 장기자랑을 했던 것처럼 조카 녀석들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동안 배워왔던 실력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키워주고 자부심을 북돋아 주는데 교육 목표를 두고 전교생이 함께 동참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는 김철 교장 선생님의 말처럼 작은 무대였지만 오늘 자신들의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준 선생님들과 학생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이제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꿈과 희망을 꿈꾸며 키워왔던 교정도 이제 겨울을 맞이하고 다시 새 봄을 맞이할 것이다. 새봄이 오면 더욱 더 활기차게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가는 모교로 남아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가슴속 벅찬 감정을 안고 교문을 나섰다.
덧붙이는 글 | 실로 오랫만에 찾아가본 어릴적 초등학교..모든것이 그대로 였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을 말해주듯 몇 안되는 학생들이 오손도손 꿈과 배움의 터전을 일궈 나가고 있었다. 농촌 시골학교에서 교육에 혼심을 기울이시는 선생님들에게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교육 체계가 교육부로 전환된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시골학교 교탁에는 "문교" (구.문교부) 문양이 새겨져 있는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교육행정 지원이 아직은 시골학교까지 원활하게 이루어 지고 있지는 않는지 행정부서의 작지만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