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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협상 국회비준 강행처리 규탄과 노무현 정권 퇴진 촉구 쌀비상대책위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살인정권 노무현 퇴진'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 참가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집회에 참석했다가 전경에게 구타당한 뒤 며칠 뒤 숨진 농민 고 전용철(46·충남 보령)씨 사망사건이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새벽 사망한 전씨는 지난 15일 쌀협상 비준안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농민집회에 참석했다가 진압에 나선 서울경찰청 소속 1기동대 전경들에게 집단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행사 당일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다음날인 16일부터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17일 충남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충남대병원이 밝힌 전씨의 사망 원인은 '뇌출혈로 인해 생긴 뇌부종에 의한 뇌손상'. 만약 뇌부종의 원인이 된 뇌출혈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것이라면 당일 진압에 나섰던 경찰과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음독, 분신, 쌀 비준안 처리... 전용철씨 사망, 기름 부은 격

24일 낮 전씨의 사인(死因)이 알려지면서 농민단체 내부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다. 전날(23일) 쌀협상 비준안이 민주노동당과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 된 상황에서 고 전용철씨 사망 사건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씨의 사망에 앞서 지난 23일 밤 경남도청 앞에서는 쌀협상 비준안 처리 반대 시위를 벌이던 농민 진성규(48)씨가 분신을 기도한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씨는 24일 현재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또 지난 달과 이번 달에는 고 정용품·오추옥씨가 쌀협상을 반대하는 유서를 남기고 잇따라 음독 자살했다. 이 때문에 농촌과 농민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격앙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고 전용철씨의 사망 사건은 농민들의 대규모 저항을 불러일으킬 불씨가 되고 있다. 특히 전씨의 경우 음독이나 분신 등 자의로 택한 죽음이 아니라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건일 가능성이 매우 커 농민들의 반발도 매우 강할 것으로 보인다.

▲ 쌀 협상 국회 비준에 반대하며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농민들이 국회로 진출하려 했으나 경찰의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이 시위참가자를 구타한뒤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쌀협상 국회비준 강행처리 규탄과 노무현 정권 퇴진 촉구 쌀비상대책위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농민단체 "공권력에 의한 타살"... 농민 저항 거세질 듯

농민단체는 벌써 전씨의 죽음을 "공권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하며 대정부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24일 오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은 긴급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부의 '살농 정책'이 기어이 농민들 타살했다"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전농은 사망한 전씨의 유해를 서울로 옮기는 한편, 진상 규명이 완료될 때까지 장례를 미루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전농은 성명서에서 "고 전용철 동지의 사망에 대해 15일 폭력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구속농민의 석방 등 수용할만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장례일정을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전농은 또 전날인 23일 쌀협상 비준안 처리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정권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농민들의 저항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농은 24일자로 전국 모든 시·군·구청 및 도청 앞에 고 전용철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또 오는 12월 1일에는 서울에서 또 한번의 대규모 농민 집회가 예고돼 있어 올해 연말은 농민들과 정부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가려는 농민들, 막는 경찰... 유해 놓고 대치 중

한편 경찰청은 충남지방경찰청에 고 전용철씨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경찰청은 "정확한 진상 조사가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 전용철씨의 사망 원인인 '뇌손상'이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물리력을 동원한 경찰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단 전씨의 유해를 확보해 정확한 사인 조사와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때문에 24일 부검을 위해 서울로 출발한 전씨의 유해를 놓고 농민과 경찰이 충남 서대천IC 톨게이트에서 낮 2시 현재까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농민들은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전씨의 유해를 탈취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전씨의 유해가 서울로 올라올 경우 '파장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길을 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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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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