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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단지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없어지는 여성의 난자"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사진)이 평가한 난자의 가치는 이렇다. 전날(21일) 대변인이 된 이후 22일 두번째로 한 구두 논평에서다. 마치 인터넷에서 떠도는 '난자 비하' 댓글을 보는 기분이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이용된 난자를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는 마음은 솔직히 불쾌하다. 황 교수의 연구과정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와 채취 방법에 대한 의혹은 꼭 밝혀져야할 일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이번 논쟁을 발단으로 퍼지고 있는 '난자 폄훼' 분위기, 나아가 여성의 몸을 단지 연구를 위한 도구나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한 시각은 문제다.

그냥 버려질 난자일 뿐?

인터넷신문이나 포털사이트 등에 게재된 이번 파문과 관련한 기사에는 꼭 이런 댓글이 붙는다.

"난자 몇 개 가지고 XX이다."
"어차피 매달 난자 1개는 버려진다."

그러더니 이제는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도 난자는 "단지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없어"질 뿐이라고 취급받게 됐다. 생명의 출발이라는 난자의 가치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 대변인은 같은 논평에서 이번 난자 논란을 '선진국의 시기심에서 나온 흔들기'로 일축하기도 한다.

"단지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없어지는 여성 난자를 이용해 연구하면서 절차 규정이 어긋난다고 (섀튼 교수가) 먼저 철수한 것은 우리 생명 과학에 대한 시기심에서 나온 흔들기다."

또한 이 대변인은 "지나가는 여성을 강제로 납치해서 (난자를 채취)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희망해서 자원했다"며 "이에 대해 일정한 보상도 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연구의 과정"이라고 논평했다.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인권 침해, 이후 나타날 수도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셈이다.

난자를 팔아서까지 돈을 마련해야 했던 여성들의 절박함도 간과했다. 돈과 난자를 바꿔야 할 만큼 나아질 줄 모르는 경기 침체와 취업난 속에서 내렸을 결론이 정말 '자발적' 결정일까? 진정 '자신이 원해서' 한 결정으로 볼 수 있을까? 여기에 우리 사회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이런 점들은 제쳐둔 채 황 교수의 연구와 업적을 치켜세우기에 급급한 이 대변인의 논평은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성의 몸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한 지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난자는 매달 배란되니까 여성들이 하나씩 주면 되겠구나' 생각하는 건가? 아주 대수롭지 않은 듯 물질적 관점에서 내뱉는 말들을 보면 화가 나지. 또 이 논란에서 '여성의 몸'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건데…."

이 대변인의 논평도 마찬가지다. 이 대변인의 이번 논평에서 '여성의 인권'과 '생명윤리'는 찾아볼 수 없다.

"첫째로 국민을 위한 대변을 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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