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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동원
아직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 나뭇잎이 여전히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둘은 그렇게 같이 있었지만 가지나 잎이나 모두 말이 없어 보였다. 말이 없자 둘의 사이가 더욱 휑하니 비어보였다. 빈자리를 슬그머니 하늘이 채우고 있었다.

ⓒ 김동원
나뭇잎은 모두 제 몸을 제 속으로 돌돌 말고 있었다. 겨울은 우리나 나뭇잎이나 모두 제 속으로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바라보는 느낌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 김동원
나무는 여름이나 지금이나 항상 제 자리에 붙박여 있다. 붙박여 있는 자의 꿈은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자유로운 비상이다. 그래서 나무는 언제나 비상을 꿈꾼다. 그 나무의 꿈이 오늘 새들을 불러들였다. 새들은 이파리를 모두 떨군 나무에서 오늘 나무의 열매가 되었다.

그러니까 새들이 날아오르면 그건 새가 아니라 나무에서 영근 비상의 꿈이다. 이파리가 무성한 한 여름엔 나무가 꿈꾸는 그 비상의 꿈을 보기 어렵다. 이파리가 나무의 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나면 나무가 꿈꾸는 그 비상의 꿈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 김동원
새가 나무에서 영근 비상의 꿈이란 얘기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한 해 내내 나무가 그 꿈을 가꾸었다는 사실은 나무가 이파리를 모두 떨구었을 때 완연하게 드러나는 가지 끝의 새둥지에서도 분명하게 확인이 된다. 새들은 나무가 내준 가지로 그 새둥지를 엮었다. 나무의 꿈이 없었다면 새들은 가지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새둥지는 나무의 꿈으로 엮여진 둥지이다.

ⓒ 김동원
그러니까 이파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드디어 지상을 향하여 날아오르는 나무의 꿈이다. 더 깊이 파고들면, 강의 한가운데 섬이 가꾼 나무는 섬이 꿈꾸는 비상의 꿈이다. 섬이 비상을 꿈꿀 때 그곳에서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비상을 꿈꿀 때 그 나무에서 잎이 피어난다. 세상은 온통 꿈으로 가득 차 있다.

ⓒ 김동원
생각을 그렇게 밀고 나가면 섬을 마주한 강변에서 마른 몸을 버석이며 점점 말라가고 있는 갈대들도 모두 비상의 꿈을 갖고 있다.

ⓒ 김동원
그렇게 세상의 붙박인 것들은 모두 비상을 꿈꾼다. 강의 한가운데 있거나 아니면 강변에 있거나 그에 상관 없이. 나무가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직립의 형상을 분명히 했을 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한 해 동안 가꾼 삶의 종언이 아니라 사실은 나무가 항상 간직하고 잊지 않았던 그 꿈의 실체를 볼 수 있다.

ⓒ 김동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지를 향하여 날아오르는 나무의 꿈이라는 사실은 연못의 힘을 빌면 쉽게 확인이 된다. 연못은 가끔 하늘을 그 안에 담아 세상의 위아래를 정반대로 바꾼다. 그 때면 하늘은 나무들의 위쪽이 아니라 뿌리 아래쪽의 대지에 그 거처를 둔다.

ⓒ 김동원
그러니 이 겨울을 따뜻하게 넘겨볼 일이다. 낙엽이 떨어졌다고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며 마른 몸을 뒤척이는 강변의 여린 갈대도 슬픈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붙박인 그 모든 것들에겐 올겨울에도 여전히 비상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한 세상은 견뎌볼만하다.

ⓒ 김동원
나는 올겨울도 나무와 함께 비상을 꿈꾸며 달콤하게 이 겨울을 날 거다. 겨울을 나기 위해 올겨울엔 곶감을 챙겨두려 한다. 이제 내게 곶감은 감나무가 가꾼 비상의 꿈이다. 나는 그걸 먹을 때마다 감나무가 꿈꾸었던 그 달콤했던 비상의 꿈까지 함께 맛볼 거다.

덧붙이는 글 | 첫 한 장의 사진은 서울 상일동의 한영외고 교정에서 찍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퇴촌의 남한강변에서 찍었다. 맨 마지막의 감 사진은 100개의 곳감을 엮어놓은 것으로 도로변에서 8만 원이나 10만 원에 팔고 있었다. 사진은 모두 11월 20일에 찍은 것이다.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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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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