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명정보대학교 김성완 책임연구원
동명정보대학교 김성완 책임연구원 ⓒ 김광택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커졌지만 실제로 큰 돈을 버는 회사가 상위 몇 개 밖에 없다며 독점이다 뭐다 말이 많은 데 '파레토의 법칙'으로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1993년 미리내소프트로 게임업계에 입문한 후 지금은 동명정보대학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성완씨의 말이다. 김성완 연구원에 따르면 '파레토의 법칙'대로만 온라인게임 시장이 흘러간다면 별 문제가 없다.

이탈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역사상의 다양한 통계를 조사하면서 발견한 일종의 경험법칙인 '파레토의 법칙'은 '80대20 법칙'으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맥주 소비자의 20%가 전체 맥주의 80%를 소비한다거나, 한 회사 전체매출의 80%를 전체고객의 20%가 올려주는 경우, 상위 20% 업체들이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것 등 소수가 다수를 장악하는 것이 '파레토의 법칙'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인간사회의 자연스런 경향을 나타냅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80대20 법칙을 따르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95대5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것이 문제죠."

상위 20% 게임업체가 시장 80% 장악해야

김 연구원 말대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1조원에 이르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두 업체가 전체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몇 개 업체가 블루오션에서 헤엄치고 있고 나머지 대다수 업체는 레드오션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김 연구원이 말하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파레토의 법칙'은 요즘 유행하는 '블루오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내 게임시장이 새삼스럽게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블루오션은 새로운 경쟁자들에 의해 레드오션이 될 운명을 지니고 있고, 또 항상 새로운 블루오션이 나타납니다. 현재의 게임시장이 블루오션인지 레드오션인지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시장은 항상 레드오션이었고 그 와중에 블루오션을 찾아낸 몇 개 업체가 큰 성공을 거둬왔습니다.

레드오션은 파레토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레드오션에서 하위 80%의 그룹이 상위 20%가 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상위 20%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 규칙을 만들어내서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방법이겠죠."

'2등 전략'으로 성공한 블리자드

국내게임시장에서 상위 20%가 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것이지만 아쉽게도 그런 행운을 거머쥐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말이다. "스스로 블루오션을 찾지 못한다면 취할 수 있는 차선의 전략은 바로 '2등 전략'입니다."

1등이 되면 좋지만 오히려 2등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2등 전략이란 1등이 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시행착오 과정은 1등에게 맡기고 성공하는 1등을 바짝 따라 가는 전략이다. 마치 육상경기에서 1등의 바로 뒤를 쫓아가면서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과 비슷하다.

김 연구원은 2등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블리자드를 꼽는다. "게임업계에서 2등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가 아마도 블리자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서 웨스트우드가 원조였지만 2등으로 바짝 따라 붙어서 1등이었던 웨스트우드를 재치고 지금은 1등이 되었죠."

다만 블리자드는 웨스트우드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려고 하지 않은 것이 성공포인트였다. 당시 세로 인터페이스 게임들이 많던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에서 블리자드는 과감하게 가로 인터페이스를 선보인다. 이런 변화는 신문이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변화하는 과정처럼 획기적인 것이었다.

국내는 '2등 전략'아닌 '단순 아류작'만 넘쳐나

2등 전략의 예는 국내에도 있다.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1등은 최초의 머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던 넥슨이었지만 <리니지>로 바싹 따라붙었던 엔씨소프트가 지금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2등 전략'이 아니라 '아류작' 수준의 게임이 나오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바람의나라> <리니지> 이후 비슷한 종류의 MMORPG(다중접속온라인 롤플레잉게임)가 쏟아졌지만 1, 2등은 바뀌지 않았죠. 또 <리니지2> 이후 시장에 선보인 수많은 3D MMORPG도 마찬가지입니다. 2등 전략은 그저 따라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식은 또 다른 아류작을 만들어낼 뿐이니까요."

'파레토의 법칙'의 재미있는 예

- 수신되는 이메일의 20%만 필요하고 나머지 80%는 스팸메일이다.
- 통화한 사람 중 20%와의 통화시간이 총 통화시간의 80%를 차지한다.
- 즐겨 입는 옷의 80%는 옷장에 걸린 옷의 20%에 불과하다.
- 전체 주가상승률의 80%는 상승기간의 20%의 기간에서 발생한다.
- 20%의 운전자가 전체 교통위반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 20%의 범죄자가 80%의 범죄를 저지른다.
- 성과의 80%는 근무시간 중 집중력을 발휘한 20%의 시간에 이뤄진다.
- 두뇌의 20%가 문제의 80%를 푼다.
- 운동선수 중 20%가 전체 상금 80%를 싹쓸이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디스이즈게임>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