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쟁과 빈곤을 반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문화제'가 APEC정상회담을 하루앞둔 17일 저녁 부산 서면로터리 부근에서 전국에서 집결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부산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수입개방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APEC반대' ' WTO반대' '부시반대' '파병반대' 등의 소원이 적힌 한지만장을 태워 날리고 있다.
'전쟁과 빈곤을 반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문화제'가 APEC정상회담을 하루앞둔 17일 저녁 부산 서면로터리 부근에서 전국에서 집결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부산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수입개방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APEC반대' ' WTO반대' '부시반대' '파병반대' 등의 소원이 적힌 한지만장을 태워 날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PEC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의 서면에서는 3000여명(경찰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아펙 반대'와 '부시반대'를 외치는 문화제가 열렸다. 길을 지나던 부산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합류, 흥겹게 문화공연을 즐겼다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과 '부산시민행동' 공동주최로 내일(18일) 열리는 범국민대회 전야제의 성격으로 마련된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문화제'는 부산 서면 밀리오레 앞 거리에서 저녁 7시부터 시작됐다.

풍물패의 길놀이로 문화제의 시작을 알린 1부 순서 '가자! 부시잡으러'에서는 대학생들의 율동공연과 '희망새'의 노래공연 등이 시작되자 관중들은 각자 손에 든 'APEC반대 부시반대'가 적힌 붉은 카드를 높이들며 박자를 맞췄다.

사회를 맡은 윤순심 '일터' 대표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입담과 함께 2부 '아펙을 고발한다'가 시작되자 행사장의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행사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문화제에서 가장 인기를 끈 이들은 부산지역 'APEC반대 학생실천단' 5명으로 이뤄진 '힘빤쯔'. 쫄쫄이 의상에 흰 사각팬티, 흰 마스크를 한 이들이 등장하자 참가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힘빤쯔'가 음악에 맞춰 서로의 때를 미는 개그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관객들은 포복절도했다. 또 이들은 각자 마대걸레로 만든 마이크, 빗자루 기타 등을 들고 그룹 <신화>의 '와일드 아이즈'와 그룹 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부시와 APEC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개사한 곡을 부르자 공연장 분위기는 흥겨움으로 넘쳤다.

친구의 선물을 사러 나왔다는 중학생 4명은 무대 앞에 바짝 붙어서서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아펙은 잘 모르겠지만 '힘빤쯔'가 너무 재미있다"며 "다른 공연도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춤패 '들꽃'이 등장해 노동가요에 맞춰 힘찬 율동을 선보이자 공연장의 열기는 더 고조됐고, 노래패 <꽃다지>가 부르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어느새 합창으로 바뀌었다.

"뉴스에서는 에이펙 좋다좋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시 미 대통령을 반대하는 피켓을 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을 반대하는 피켓을 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행사 중간에 이뤄진 사회자의 즉석 인터뷰에서 이화수 부산여성회 부회장은 '왜 이 자리에 나왔냐'는 질문에 "이이들을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나왔다"며 "점점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진다, 특히 여성들은 해고 0순위에다가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더욱 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아펙이 여성 발전에 대한 의제도 다루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부 여성 CEO들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여성의 빈곤 해결에는 관심없는 아펙에 반대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정재돈씨는 "우리나라에 와서 '쌀 사가라', '쇠고기 사가라'고 하고 있고, 남북을 갈라놓고 전쟁을 획책하고 있는 부시에 반대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농민들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농민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수많은 농민들이 다쳤고, 절망적인 농촌 현실에 여성 농군은 음독을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공연장 주위를 지나가던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공연장 근처를 지나가던 노년의 한 부부는 'APEC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에이펙이) 잘 사는 사람은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계속 못살게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 같다"며 "예전에 농사를 지어봐서 농업과 쌀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에이펙의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희경씨(22)씨는 "에이펙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생각을 가져 본적은 없다"며 "뉴스에서는 '에이펙이 좋다 좋다'고만 하고 부산 경제를 살린다고들 하는데 무조건 그렇게 좋게만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공연장 근처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조모(26)씨는 "교통통제를 많이 하는 등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에이펙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아니냐"며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반 에이펙 행사는 국제적 논의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갖추게 하기 위한 작은 외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반 에이펙 활동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18일 수영강변로에서 최대 10만 범국민대회 후 벡스코 까지 행진 계획

부산 시민들은 문화패들의 다양한 공연을 보며 반 에이펙 행사를 즐겼다.
부산 시민들은 문화패들의 다양한 공연을 보며 반 에이펙 행사를 즐겼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공연에서는 'FUCKING U.S.A'라는 곡으로 유명한 박성환씨의 공연도 있었다. 박씨가 노래할 때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서로 손을 잡고 노래 부르는 등 공연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또 일본의 태평양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만 원주민들도 소개됐다. 이들은 대만 민속노래 공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APEC 반대 소원을 쓴 한지 만장을 불태우고, 고풀이 행사를 하는 상징의식으로 밤 10시 20분쯤 마무리됐다.

이날 경찰은 행사장 주변에 3000여명의 경비병력을 배치하고 APEC 외국 대표단이 묵고 있는 롯데호텔 주변도 경비를 강화했으나 큰 마찰 없이 행사가 끝났다.

한편 주최측은 18일 오후 4시 부산 수영강변로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APEC 정상회의장인 벡스코까지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주최측은 이번 범국민대회에 최소 5만명에서 최대 10만명까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에 앞서 노동자·농민·빈민 등 각 분야별 대회가 부산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