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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이 달천강 뱃길은 그 옛날 왜구들이 오갔던 길목이기도 하다. 왜적들은 이 달천강 뱃길을 이용해 탄금대에 배수진을 치고 있던 신립 장군에게 쳐들어왔던 것이다. 지금이야 물길이 얕다지만 그땐 물길이 한참은 깊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놈들이 뱃길로 쳐들어 올 생각을 꿈엔들 했겠는가.
지금은 이 달천강 물이 식수로 쓰이고 있다. 충주 시내 사람들이 달천강 물을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물길이 한참은 얕아졌다. 하늘에서 큰물을 쏟아 붓지 않는다면 그만큼 물줄기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하늘은 충주 시내 사람들이 마실 물 만큼은 변함없이 부어 줄 것이다. 그 옛날 신립 장군이 쌓아 올린 공적을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달천강 기슭에는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마치 수채화를 떠올릴 만큼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다. 가끔씩 젊은 연인들이 이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데이트 코스로 이보다 더 좋은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갈대숲 길은 '다정한 연인'이 되기에 충분한 길인 듯 싶다.
오늘도 이 갈대숲 길에 두 쌍이나 되는 젊은 연인들이 걷고 있었다. 물론 서로들 모르는 두 쌍인 것 같다. 그저 자기들끼리 좋아하며 팔짱을 끼고, 또 다정다감하게 걷고 있었다. 때론 눈웃음을 치며, 때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며, 손짓도 해가며 마냥 즐겁게 걷는 그들이었다.
나도 멀찌감치 그들을 따라 걸어갔다. 물론 나는 혼자였다. 그렇다고 무슨 맛을 느끼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갈대숲이 너무나 좋고 따뜻해 보였기 때문이다. 태양빛에 반짝이는 갈대숲은 두 말 할 것도 없었고, 태양빛에 그을린 갈대숲도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눈꽃이 내려앉은 듯한 갈대꽃도 있는가 하면, 흰 서리가 내려붙은 듯한 갈대꽃도 많았다.
하여, 오늘 나는 충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갈대숲 길을 걸었으니 소원 성취를 한 셈이다. 그만큼 달천강 갈대숲은 한 번 쯤은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고, 꼭 걸어보고 싶었던 길이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다. 해가 지면 저 달빛 마을 뒷산에는 달이 둥둥 떠오를 것이다. 그러면 이 갈대숲은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많은 연인들이 이 갈대숲에 몰려들 것이다. 달빛에 물든 갈대숲은 눈꽃 핀 갈대숲보다 훨씬 더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