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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읍 삼거리에서 유문동으로 가는 길에서.
신동읍 삼거리에서 유문동으로 가는 길에서. ⓒ 문일식
민둥산을 찾기 앞서 정선의 여러 영화 촬영지를 둘러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인 연포마을과 <엽기적인 그녀>에서 나오는 소나무 동산을 점지해 두고 우선 연포마을을 수소문했습니다.

4차선의 널찍하고 정직하게 뻗은 38번 국도가 어느새 2차선 왕복 차선으로 줄어들면서 산세는 점점 깊어지고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영월을 지나면서 강은 굽이굽이 휘어지고 가을 하늘과 맞먹는 푸르름을 간직한 채 유유히 흘러갑니다. 동강입니다. 어느새 우리가 곧게 지켜나가야 할 자연 깊숙히 들어온 것 같습니다.

연포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정선 신동읍 예미리까지 와서 유문동으로 빠지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유문동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풍경들에 잠시 차를 세우고 하늘과 구름과 길과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들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구름은 온갖 화려함으로 하늘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날카롭게 휘거나 굽어 펼쳐진 구름의 모습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유문동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렵사리 재를 하나 넘어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고개길에 자동차의 헉헉거림이 유난스러웠습니다. 재 너머 하늘 위에도 변함없이 하늘 색의 캔버스 위에 구름으로 세세한 터치를 해놓은 듯합니다.

연포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연포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 문일식
고개를 넘어 내려가자 반가운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연포'. 오늘의 목적지인 연포마을 가는 길입니다. 반대인 6번으로 표기된 도로를 따라가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촬영한 율치리를 만나고, 42번 국도를 만나면서 정선 시내로 갈 수 있습니다.

이곳부터는 동강 유역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습니다. 특별한 공원도 아닌데 입장료를 받는 것이 조금은 황당스러웠지만, 그래도 동강을 살리자는 취지라고 하니 한마디 안 거들고 입장료를 냈습니다. 표지판을 따라가기 시작하니 작은 일렁임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시멘트길로 들어섭니다. 폭도 좁고, 앞에서 차라도 나올라치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곳도 여러 곳 있었습니다.

연포마을을 찾아 산허리를 감아도는 듯한 길.
연포마을을 찾아 산허리를 감아도는 듯한 길. ⓒ 문일식
더구나 산을 끼고 휘휘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가는 방향의 오른쪽은 낭떠러지입니다. 아득한 길 아래로 낮은 산과 밭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산을 한 굽이 돌아 절벽을 뒤로 하면 걸어도 좋을 것 같은 아담한 오솔길도 나옵니다. 그러기를 20~30여 분 가다 보면 드디어 동강의 물줄기와 그 물줄기를 가두고 굽이쳐 흐르게 만드는, 물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산세가 나타납니다.

연포마을에 이르러 바라본 풍경.
연포마을에 이르러 바라본 풍경. ⓒ 문일식
그제서야 나타나는 다리. 이 다리만 건너면 연포에 닿게 됩니다. 굽이굽이 넘어온 시간을 돌이켜 보니 사방이 막힌 듯한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나를 찾아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 휴대폰도 안 터지고, 나를 원하는 사람도, 내가 원하는 사람도 여기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는 모두 잊고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조용한 마을 정취에 차가 내는 소음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집니다.

연포분교의 적막한 풍경.
연포분교의 적막한 풍경. ⓒ 문일식
드디어 연포마을에 있는 연포초등학교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영화에서 김봉두 선생이 터덜터덜 차를 몰며 온 곳. 유배나 다름 없었던 연포분교로의 발령과 함께 펼쳐지는 이곳 연포마을에서의 장면이 하나 둘씩 떠올랐습니다. 연포분교의 교정에도 하늘의 조화로운 모습이 반겨주었습니다.

연포분교의 작은 나무 위에 올려진 새집.
연포분교의 작은 나무 위에 올려진 새집. ⓒ 문일식
작은 나무 위에 새집을 올려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무에 비해 만들어진 새집의 크기가 커서 다소 불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연포분교 화단에는 화사한 꽃들이 물기를 머금은 채 이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선생도 학생도 없는 교실 창문에는 나무를 덧대어 화단을 만드는 센스를 보여 줬습니다.

연포분교에서 바라본 단풍.
연포분교에서 바라본 단풍. ⓒ 문일식
단풍이 서서히 옷을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마치 겨울의 마을 텃밭처럼 휑한 느낌만 듭니다. 운동장 한가운데 덩그라니 놓인 그네만이 그나마 동네에 몇 안 되는 꼬마들의 유일한 놀이기구입니다. 출입하지도 못하는 교실 입구, 그 안쪽에는 소란스러웠을 법한 느낌만이 가득합니다. 운동장 한켠에는 그 옛날 꼬마들의 웃음소리와 함성소리가 가득했을 미끄럼틀이 처량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포마을의 아이들.
연포마을의 아이들. ⓒ 문일식
연포마을에 들를 당시에는 몰랐는데, 사진을 전해 주기 위해 다슬이라는 녀석의 카페를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에 KBS의 <인간극장>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산골남매의 겨울일기'라는 제목으로 출연했더군요.

이곳 연포마을에는 다슬이와 남동생, 그리고 용주라는 사내 아이만이 있답니다.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보니 어린 녀석이 고생이 참 많더군요. 증조 할머니와 다슬이, 남동생, 그리고 몸이 안 좋아 내려온 삼촌과 함께 사는데, 연포분교마저 폐교되는 바람에 신동읍에 있는 고모할머니 집에서 초등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주말에만 집에 오는데, 버스를 타려면 연포마을에서 산길을 걸어 한 시간 정도를 걸어나가야 한다니, 이 연포마을까지 차를 타고 쫄래쫄래 찾아온 저로서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연포마을을 휘감고 있는 동강 물줄기와 그 물줄기를 든든히 받쳐 주는 산세가 가을날 따사로운 햇빛마저도 가로막고 있어 다소 스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포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흐르는 동강.
연포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흐르는 동강. ⓒ 문일식
연포마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나서는 길에 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넉넉하게 흐르고 있는 동강 물줄기를 보았습니다. 연포마을에서의 짧은 시간이 아쉬웠는지 자꾸 뒤돌아보고 서게 됩니다.

연포마을에서 다시 신동읍으로 나가는 길. 다슬이가 버스를 타기 위해 걸었을 길입니다. 가을의 정갈함이 물씬 묻어나는 길을 따라 다시 허위허위 고개를 넘어 연포마을을 벗어났습니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 여행정보  
◈ 가는방법 :  남원주 중앙고속도로 통과 제천IC ▶태백 방면 38번 국도 ▶신동읍에서 유문동 표지판 보고 좌회전 ▶고개 넘어 연포, 원덕천 표지판 보고 직진 ▶산 넘고 물 건너 연포마을 도착(중간에 길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연포마을 가는 표지판이 한두 군데 더 있으니 잘 확인하세요).

◈ 입장료/주차료 : 1. 입장료: 동강 유지관리비조 입장료 1500원
2. 주차료: 없음(주차장 따로 없고, 연포분교 바깥에 주차하면 됩니다. 단 연포분교 안에는 대지 마세요. 아이들한테 혼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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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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