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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숙
처음엔 분홍색 단풍잎인 줄 알았습니다. 가까이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꽃이었습니다. 철쭉이 따뜻한 가을 햇살에 속았나 봅니다. 아니면 잠시, 단풍과 철쭉이 바람이 났나 봅니다. 분명 봄에 피어야 할 꽃인데 늦가을에 피어나 자기가 단풍인 척하는 까닭을 묻지 않겠습니다.

지난 주 비를 맞고 피어 있는 철쭉꽃을 처음 보았지만, 이번 주쯤은 날씨도 더 추워졌고 찬서리가 내려 단풍잎과 함께 져버렸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빨갛게 물든 철쭉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꽃만 남아 더 진한 분홍빛으로 마지막 남은 단풍잎의 기를 팍 죽여 놓고 있었습니다.

ⓒ 권용숙

ⓒ 권용숙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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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피었다고?" 남들 다 단풍구경 가는데 꽃구경 가자고 하면 가시겠습니까? 가끔 아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남편들은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렇게 바람이 불 때마다 그야말로 낙엽이 구르는 늦가을에도 꽃구경을 할 수 있으며,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것입니다. 세상은 상식과는 다른 현상들이 가끔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자꾸 꽃이 좋아집니다. 단풍잎마저 져버린 나무 사이에 핀 꽃분홍 철쭉꽃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늦가을에 피어나 단풍인 척 피어 있는 바보같은 철쭉꽃이 그래도 난 좋기만 합니다.

이상, 서울 지양산 밑에서 가을 햇살에 속아 활짝 핀 가을 꽃소식이었습니다.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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