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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전문] "이 한 목숨이 농촌에 큰 힘이 되기를..."

정부는
1. 농촌에 관한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세워 농촌이 잘 살 수 있게 하여야 한다.
2. 사회가 투명하여 지도록 위에 계신 분들 먼저 청렴하여야 한다.
3.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위에 계신 분들이 솔선수범 하여야 한다.
※ 나라에 충성, 대중을 위해, 농촌을 위해 이 한 목숨이 농촌에 큰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쌀 문제, 기타 교육문제 등등...

※ 농촌이 정말 어렵습니다. 정말 농촌 문제 현실성 있게 잘 세워야 농촌이 산다.
2005. 11. 11. 농업인의 날 鄭OO


* 특수문자표가 포함된 글은 유서의 앞, 중간, 끝 부분에 가필한 것임.

13일 새벽 정씨의 유서 촬영본을 공개하고 있는 한농연 관계자(왼쪽)와 정씨의 빈소(오른쪽).
13일 새벽 정씨의 유서 촬영본을 공개하고 있는 한농연 관계자(왼쪽)와 정씨의 빈소(오른쪽). ⓒ 오마이뉴스 강성관

"농촌이 정말 어렵습니다. 정말 농촌문제 현실성 있게 잘세워야 농촌이 산다. 농업의날 정OOO"

30대의 한 농민이 '농업인의 날'이었던 지난 11일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그는 농촌과 농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정부의 정책, 쌀 문제 등을 지적하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정아무개(38)씨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20분께 전남 담양군 남면 인암리 한 마을회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정씨의 시신 주변에는 제초제로 보이는 농약과 풍경사진 한 장이 있었다. 정씨는 풍경사진 뒷면에 자신이 자살을 택한 사유를 밝혔다. 정씨의 유서는 13일 새벽 2시 20분께 경찰이 '사진 촬영본'을 유가족과 농민단체에 건네면서 공개됐다.

정씨는 유서에 "농촌에 관한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세워 농촌이 잘 살 수 있게 하여야한다"며 정부의 농업 정책을 질타하는 말을 남겼다.

또 "농촌이 정말 어렵습니다"며 "정말 농촌문제 현실성 있게 잘 세워야 농촌이 산다"고 적고 '2005. 11.11. 농업인의 날 정OO'이라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한자로 서명했다. '농업인의 날' 농업과 농촌 현실 때문에 한 농민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유서에는 "사회가 투명하여 지도록 위에 계신 분들 먼저 청렴하여야 한다"며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는 말도 적혀있었다. 별표(☆) 표시가 있는 문장 뒤에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위에 계신 분들이 솔선수범 하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명시적으로 WTO나 쌀협상 국회비준안 반대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쌀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지금의 농촌 현실이 정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유서 촬영본을 공개한 담양군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김봉곤 회장은 "우리의 현실을 한탄하고 정부가 나서서 농업과 농촌 문제를 현실성있게 해결하라는 유서를 정부는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 마을 이장·총학생회장으로 활동 "적극적인 사람이었는데"

한농연 담양연합회 관계자 등이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있다.
한농연 담양연합회 관계자 등이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정씨의 소식을 전해들은 한농연 전남도연합회 조종규 회장, 허연 전농 광주전남연맹, 한국여성농업경영인연합회(한여연) 전남도연합회 관계자 등 광주전남농민연대 관계자들은 빈소 근처에서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농민연대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통해 정부의 쌀 정책 등을 비판하면서 '농민 장'으로 장례를 치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유가족들이 이를 반대해 정씨의 장례식은 '가족 장'으로 13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한편, 정씨는 담양군 남면 인암리 이장을 맡았으며, 늦은 나이에 지난해에는 전남 담양소재 2년제 대학 관광정보과에 입학해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광주의 한 호텔조리부에서 일하다 지난 95년쯤 고향인 담양에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정씨는 칠순의 부모를 모시고 딸기, 염소, 벼 농사 등을 지어왔다. 그는 한국농업경영인(한농연) 소속 회원으로 농협 감사도 맡아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해왔다.

담양 한농연 이동섭 남면회장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면서 "평소에도 농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안타까워 했다.

정씨가 재학 중인 대학의 한 관계자는 "농사일로 바쁘지만 총학생회장으로서 열심히 살아던 분"이라며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활달하게 지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언론의 취재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만 말할 뿐이었다.

한편, 정씨의 죽음이 쌀 협상 비준안 국회 본회의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정권퇴진 운동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농민단체들은 15일과 21일 서울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정씨의 죽음으로 "사상초유의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하고 있는 농민단체들의 분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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