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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연후 배우들과 한 컷
연극 공연후 배우들과 한 컷 ⓒ 양중모
내용은 한 소년이 있었고, 그 소년을 사랑한 여자같은 소년이 있었고, 또 그 여자 같은 소년을 사랑한 소녀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작품은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소나기>에서 소녀를 데려가는 건, 소나기였지만, 이 작품에서 변성기라는 점이 다른 것이었다.

연극의 내용은 최성빈이라는 여자같은 외모를 지닌 소년이 김 원을 사랑하지만, 그 앞에 나타날 수 없어 '박채원'이라는 이름으로 전화만 걸어 사랑을 속삭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최성빈이 이름을 빌리는 소녀, 이 박채원이 최성빈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고 있다.

연극은 충분히 생각해볼 만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무엇보다도 성인의 동성애적 감정과 청소년기의 동성애적 감정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에 대한 성찰보다 그저 학창시절이라는 것만 빌렸을 뿐, 성인들간의 '동성애' 관련 내용과 크게 차별성을 가지지 않는다.

만약 차라리 시간적 배경이 고등학생때가 아니라 대학생 시절 때라면 모를까, 고교 시절이라는 점은 연극에 대해 온전히 감상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하도 남자처럼 하고 다녀서, 후배 여자애들이 만날 따라다녔어. 그 때는 나도 그게 좋았는데, 대학교 들어오니까, 남자가 훨씬 더 좋더라."

언젠가 대학 동기가 해주었던 말이다. 그녀는 중고시절 스포츠 머리에 가까울 만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녔고, 활달한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 여자 후배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충분히 이해했다고 한다.

"뭐 중고등학교때 여중이나 여고를 다니면, 그런 애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든 거 어려운 거 아냐. 나도 그랬으니까."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 볼 점은 성장기가 아닌 성장 후에도 성정체성이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남아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중고교시절 신동엽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성상담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물론 여러 이유로 일찍 폐지되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 때도 이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 전문가는 이런 얘기를 했다.

"중고교 시절에 여자친구나 여자선, 후배를 좋아하는 감정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거죠. 정작 대학교 들어가면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사실, 그래서 난 <변성기>의 결말이 좀 다르기를 바랐다. 성인 시절의 성정체성 문제와 중고교 시절의 성정체성 문제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동성애',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지만, 적어도 이 연극에서 '동성애'가 주 포인트가 된다는 건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차라리 변성기를 겪기 전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던 소년이 변성기를 겪고 나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확실히 끝내는 방향으로 갔다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이 연극을 보도한 기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평가였지만, 아쉽게도 난 그런 평점에 동의하기 힘들 것 같다. 물론 <변성기>는 관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췄지만, 그 '변성기'라는 것을 이용하기 위해 단순히 시간적 배경을 '학창 시절'로 잡은 것이라면, 약간 유감스럽다.

학창 시절의 동성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루어야 할 또 다른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변성기'를 통해 여성성을 가진 소년이 상실감을 느끼고 성 자체가 뒤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슬프게 담은 건, 분명 인상적이지만, 속시원하게 박수를 보내기는 힘들었다.

2%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 그렇긴 해도 <변성기>는 보고 나서 후회할 작품은 아니다. 배우들의 감미로운 노래를 듣는 것도 좋았고,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동성애'에 대해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 연극이다.

다음 번에 또 다시 앵콜 공연을 하게 되면, 중고 시절에만 동성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있게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낙산 씨어터에서 진행중인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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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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