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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라고 상점마다 빼빼로 선물세트 판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보니 아이들이나 젊은이들 중에 빼빼로를 손에 들지 않은 청소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학생들은 거의 다 손에 들고 다니는 것 같아서 일부 상혼에 멍들어버린 빼빼로데이에 대해 씁쓸한 마음이 앞섰다.

우리 학교는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도록 전교생을 상대로 빼빼로 안 사기 운동을 벌였다. 만약 학교에 가져오면 몽땅 압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우리 농산물이 팔리지 않아 고생하는 농민들이 많은 현실에서 외국 수입 원자재만을 사용하는 빼빼로를 많이 팔기 위한 판촉행사에 무조건 따르고 부화뇌동하는 것은 막아 보자는 취지로 이런 운동을 벌였다.

"각 반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빼빼로데이가 상술에 의해 조작된 날이며 순전히 초콜릿을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내일 빼빼로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모두 압수하겠다고 엄포라도 놓아서 아이들이 빼빼로를 사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며 우리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선생님들에게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부장회의가 열리고 있는 교장실을 노크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2학년 김령희 어린이는 우리 학교의 보물이다. 내가 이 어린이를 이렇게 잘 알게 된 것은 학교 전자도서관의 감상문 게시판에 전교생 중에서 유일하게 매주 한 편 이상 꼭 감상문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독서하고 감상문을 계속 올리는 것이 고마워서 따로 불러서 격려도 하고 칭찬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더욱 열심히 감상문을 올린다. 또 올리고 나서 혹 댓글이 안 올라오면 이틀만 지나도 "교장 선생님, 저 감상문 올려놨는데요"하고 독촉을 하는 참으로 고마운 아이다.

그런데 이 김령희 학생이 교장실 문을 두들기며 들어서는데 손에는 빼빼로 상자 두 개와 작은 비닐 봉지가 들려있었다. 협의를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그 아이를 보며 내가 말했다.
"어어? 령희, 오늘 빼빼로 사온 거야? 그거 안 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을텐데?"

아이는 "이거 아이들한테 받은 거고요. 어머니가 이거 교장선생님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어요"하면서 비닐봉지에 싼 것을 내민다. 나는 그것을 받으면서 "이거 뭘까?" 했더니 "가래떡이에요"하며 나간다.

▲ 예쁘게 리본까지 달아 보낸 가래떡 봉지
ⓒ 김선태
▲ 노릇노릇 잘 구워진 가래떡
ⓒ 김선태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봉지를 열어보니 가래떡을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 알루미늄 호일에 잘 싸서 보냈다.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어서 정성이 느껴졌다.

봉지를 열어서 한 개씩 먹으면서 협의회를 진행하였다. "정말 고맙네요. 학교의 지시 사항에 대해 이해를 잘 하시는 분인 것 같군요" 하며 그 학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에 진정어린 감사의 정을 보냈다.

아울러 우리 학교에서 추진한 빼빼로 안 사기 운동은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각 학급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린이들이 빼빼로를 거의 안 가져 왔을 뿐 아니라 이런 학부형 한 사람이 나오므로 해서 학교에서 가르친 것이 우리 학구 안에 올바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 기쁘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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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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