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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앞에서 힘들어 하는 우리의 아이들.
대학입시 앞에서 힘들어 하는 우리의 아이들. ⓒ 김형태

담쟁이가 교실 창가에까지 올라와 웃으면서 말합니다. 포기하지 말라고.
담쟁이가 교실 창가에까지 올라와 웃으면서 말합니다. 포기하지 말라고. ⓒ 김형태
반면에 오르지 않는 성적으로 인해 자포자기 하는 학생들도 늘어만갑니다. 엊그제 3학년 모 교실로 들어갔더니, 영준(가명)이가 엎드려 있었습니다.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녀석이었습니다.

“영준이, 어제 밤새워 공부를 한 모양이지?”
“아니요, 이제는 포기하렵니다. 며칠 더한다고 지금까지 오르지 않던 성적이 오르겠어요? 저는 이제 틀렸어요. 그냥 점수 나오는 것 봐서 대충 대학갈래요.”

영준이답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영준이를 불러 교정으로 데리고 나가 빈 의자에 앉았습니다.

어느새 교정은 가을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어느새 교정은 가을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 김형태
“너, 1학기 수시 떨어지고, 2학기 수시도 실패했다고, 이제는 자신감까지 잃어버린 셈이냐?”
“선생님, 저는 제가 호랑이나 사자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고양이도 못 되더라고요.”

공부가 무엇이길래. 입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젊은 녀석을 절망의 수렁으로 내몰았을까요?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젖 먹던 힘까지 보태자!”늘 하던 소리를 하기도 멋쩍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젊은 녀석이 포기가 뭐냐? 포기라는 단어가 그렇게 쉽게 나와.”

위로하기 위해 불러내놓고 마음과 달리 영준이를 책망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무언가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데,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데, 딱히 묘안이 없었습니다.

담쟁이덩굴이 안간힘을 쓰며 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찡합니다.
담쟁이덩굴이 안간힘을 쓰며 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찡합니다. ⓒ 김형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구절초와 꿀벌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구절초와 꿀벌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김형태
그러다 사방을 둘러보니, 울긋불긋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거다 싶어 나무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영준아, 단풍 참으로 아름답지?”
“예”
“우리는 언뜻 나무는 시험도 없고 고난도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알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새봄을 맞이하여 부지런히 물을 길어올리고 햇빛을 끌어당겨서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이제는 저렇게 아름다운 단풍으로 마지막을 곱게 장식하고…. 과연 나무가 여기까지 쉽게 왔을까? 꽃샘추위, 황사, 폭풍우, 뙤약볕… 등 그동안 얼마나 시험에 맞닥뜨렸을까? 그 때마다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런 자연의 가혹한 시련을 이겨냈기에 오늘의 저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하늘을 향해 떠뜨리는 이 아름다운 승리의 미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하늘을 향해 떠뜨리는 이 아름다운 승리의 미소 ⓒ 김형태
그러면서 쪽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혹독한 시험 앞, 그래서 포기할 것인가? 그럼에도 도전할 것인가?'

“이것은 내가 오늘 출근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은 광고 내용인데, 좋은 글귀라서 옮겨 적어 보았다.”
“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인생은 남과의 전쟁이 아니라 자신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씀이지요?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렵니다. 제 인생은 소중하니까요!”
“그래 그래야 영준이 너 답지.”

나무는 우리의 스승입니다.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담쟁이덩굴에게서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나무는 우리의 스승입니다.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담쟁이덩굴에게서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 김형태
그렇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포기란 배추나 상추를 셀 때나 쓰는 말입니다. 함부로 포기라는 말을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일명 '발가락 시인' 이흥렬(지체장애1급)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이 분은 발가락으로 글씨도 쓰고 컴퓨터 자판도 두들기고 바둑도 두고 오르간 연주도 하는 분입니다. 이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피 눈물 나는 노력을 했을까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분이 고교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답니다. 그 분이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든지 포기만 안하면 그 일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나무 앞에 서면 저절로 옷깃이 여미어집니다.
나무 앞에 서면 저절로 옷깃이 여미어집니다. ⓒ 김형태

나무처럼 꿋꿋하게 절망하지 않으면 반드시 빛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나무처럼 꿋꿋하게 절망하지 않으면 반드시 빛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 김형태
마지막으로 성현의 말씀 하나만 더 덧붙이겠습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 굶주리게 하여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나니, 그것은 타고난 못난 성품을 인내로써 담금질하여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하도록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니라.”- 맹자 -

수험생, 여러분 어떠한 경우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소중하니까요. 여러분 자신이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소중히 여겨주겠습니까?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잎, 드디어 눈부신 별이 되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잎, 드디어 눈부신 별이 되었습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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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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