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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강대에서 열린 `제6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국내외 참가자들이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앞에서 북한 인권개선과 중국당국의 탈북자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석자들이 중국공안에 연행되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그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서강대에서 열린 `제6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국내외 참가자들이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앞에서 북한 인권개선과 중국당국의 탈북자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석자들이 중국공안에 연행되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그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북한 인권 문제가 한국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북한에도 인류 보편의 인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압력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국가신인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접촉한 북한의 한 당국자는 오는 12월에 미국 프리덤 하우스 주관으로 개최 예정인 '북한 인권대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남의 나라 땅에서 개최하는 것은 그 나라 자유이지만, 조선반도에서 무슨 인권대회를 갖는 것은 6·15 공동선언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 앞에는 일단 두 가지 '시험대'가 놓여 있다.

첫 시험대는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안

첫번째 시험대는 유럽연합(EU)이 2일 북한인권 결의안을 사상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상정한 것이다. 이 결의안은 오는 17∼23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취할지가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인권 결의안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3년 이후 북한 인권문제를 제네바의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다룬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에는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 191개 회원국 결집체인 뉴욕의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7월 유엔이 임명한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EU의 북한인권 결의안 유엔총회 상정을 초래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7월 유엔이 임명한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EU의 북한인권 결의안 유엔총회 상정을 초래했다.
결의안 초안에는 납치문제,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운영, 영아 살해 등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알려진 잔인한 인권 탄압 사례들이 포함돼 있다. 또 북한 당국이 입국을 거부한, 지난해 7월에 임명된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특별보고관의 접근을 허용할 것도 촉구하고 있다.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물리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유엔 인권소위에서 '불참' 또는 '기권'이라는 애매한 자세를 취해왔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애매한 자세'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31일 국회 대정부 질문의 답변에서 "우리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여러 대책을 강구중이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종합적 판단'은 북한과의 특수관계에서 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의 이중성'을 의미한다. 남북간의 화해협력이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인권법 발효와 이념을 초월해 확산되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기권'으로 일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두번째 시험대는 서울 북한인권대회

두번째 시험대는 오는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미국 프리덤 하우스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북한인권대회이다. 버시바우 신임 미국대사는 4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해 북한인권대회와 관련해 "한국 내 북한 인권에 대한 담론이 무르익고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인권국제대회 준비위가 밝힌 행사일정에 따르면 이 기간에 ▲북한인권개선 촉구 촛불행진(10일 청계광장) ▲대학생국제회의(10일 이화여대) ▲북한인권사진전(5~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등이 개최된다. 프리덤 하우스는 서울에서 2회 대회를 연 뒤에 내년 3~4월께 유럽에서 3회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덤 하우스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19일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한·미 양국의 50여개 단체, 탈북자, 한인 대학생, 정계 인사 등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대규모 북한인권 성토대회가 열릴 경우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은 지난 7월 미국에서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했을 때도 그 직후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대화를 파탄시키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공화국(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 거부감으로부터 있지도 않은 인권문제 등을 꺼내 들며 정치적 도발만을 계속 일삼는다"며 북한인권대회 개최를 후원한 미국을 맹비난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한반도에서 열린다'는 점 때문에 북한 당국은 벌써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자 "조선반도에서 인권대회 갖는 것은 6·15 정신에도 맞지 않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접촉한 북한의 한 당국자(내각 참사)는 오는 12월에 미국 프리덤 하우스 주관으로 개최 예정인 '북한 인권대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인권대회를 거론하며 "남의 나라 땅에서 개최하는 것은 그 나라 자유이지만 조선반도에서 무슨 인권대회를 갖는 것은 6·15 공동선언 정신에도 맞지 않다"면서 "조만간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성명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사실상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대회 개최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다. 이는 북한 당국의 공식 논평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자가 북한인권대회 개최와 관련해 한국 언론에 보인 첫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같은 반응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처한 '시험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북한 당국의 격앙된 반응이 점점 고조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5차 6자회담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사회 전반의 보수화 색채가 강화되는 등 한국 정부가 처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안좋다는 점이다.

최근 창립된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의 신보수 대중조직은 북한인권대회를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는 데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유엔인권헌장의 인권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 차원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가치기준으로, 하물며 차기 유엔사무총장 자리를 꿈꾸는 한국이 국제사회 정서와 동떨어진 입장을 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수화 추세와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도 6자회담 등에 악영향

더구나 최근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 위원장을 지칭한 '폭군' 발언도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심 걱정된다는 얘기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때는 '미스터 김정일' 호칭으로 4차 6자회담 물꼬를 트더니, 이번에는 5차 6자회담 직전에 '폭군' 발언으로 회담장에 먹구름을 끼게 한 점도 한국 정부에는 고민거리다.

또한 유럽연합이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개입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결의안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인 오는 17∼23일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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