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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간을 끌어온 방폐장 문제를 '주민투표'를 통해 해결한 정부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방폐장 유치에 실패한 군산과 영덕, 포항 등 3개 지자체에 대한 치유책을 동일선상에서 내놓자니 군산과 부안의 반발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차별적인 치유책을 내놓자니 영덕과 포항, 울산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부터 유치에 뛰어든 군산과 불과 3∼4개월의 유치 과정을 거쳐 사실상 후유증이 없는 경북 지역을 동일선 상에 놓고 치유책을 내놓을 경우, 군산 시민들의 수용 여부에도 귀추가 모아진다.

이 때문에 압도적인 찬성률로 경주가 방폐장 최종 부지로 일단락 됐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해 탈락 지자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배려 약속은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방폐장 유치에 실패한 군산과 영덕, 포항 등 3개 지자체를 제외하고도 지난 2003년 홍역을 치른 부안에 대한 치유책도 선결 과제다.

'부안군 진실화해 협의회'는 지난 4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부 토론을 거
쳐 확정한 31개 사업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고, 도내 각계 각층에서도 정부 차원의 특단 지원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여기에 경주 방폐장 후보지 인근 지역인 울산 북구 주민들의 '동일선상 보상'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어, 정부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울산 북구 강동주민들은 경주의 방폐장 부지에 인접해 있는 만큼 '동일권역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해당 주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지원책은 현 정부에 지난 10·26보선 참배의 결과를 다시 한 번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방폐장 유치전이 전북과 경북의 '지역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 후유증은 정치권에도 부메랑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5% 차이로 아깝게 2위에 그친 군산은 벌써부터 우려했던 후유증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현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정부가 신월성 1, 2호기 건설에 따른 특별지원 697억원을 비롯해 경주 지역을 노골적으로 밀고 있다는 의혹이 유치 과정 내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부작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군산시민 10명 중 8명이 찬성표를 던진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된다. 방폐장 유치 과정에서 내년 지선에 출마할 예정인 각 정당의 후보 대부분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관망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국축협을 비롯한 일부 흥분한 군산 시민들이 "내년 지방선거 때 두고 보자"라는 식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치유책이 군산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방폐장 후유증은 차기 총선과 대선에 까지 미칠 수 있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3일 오전 정부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관계장관 회의에서 군산과 영덕, 포항 등 탈락 지자체에 대한 민심수습을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틀 안에서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방폐장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이미 엄청난 후유증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는 이제야 치유책 마련에 나서 탈락 지자체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강현욱 도지사는 지난 3일 이해찬 국무총리,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갖고 "85%에 이르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이고도 방폐장 유치 경쟁에서 탈락한 군산시민들을 위로할 특단의 지원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치유책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별지원금 형태의 치유책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각종 국책사업을 추진해야 할 정부 입장에서 이번 치유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심을 수습한다는 미명 아래 막대한 돈을 퍼부을 경우 향후 재정적인 부담은 둘째 치더라도 앞으로 추진할 각종 국책사업 때마다 건설비를 제외한 보상금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폐장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후속 대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후속책이라면 보다 시간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균열된 민심수습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와 함께 탈락한 군산시와 함께 전북도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균형발전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방폐장 유치가 물거품으로 끝난 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큰 군산 시민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도 전북도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된다.

부안의 경우 2년 이상의 후유증이 지속된 만큼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지역감정까지 가미된 군산은 상황이 더욱 나쁘다. 이에 따라 정부의 후속대책은 이 달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어서 정부의 후속 대책에 대한 탈락 지자체의 만족도에 지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덧붙이는 글 | 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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