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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후 어머니와 함께 인사를 드리고 있는 강민휘씨, 오른쪽은 박흥순 감독.
ⓒ 나영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깜짝 출연이 아니라 이 순간을 위한 많은 눈물과 고통이 있었고 지금 한 번에 그치는 단발성이 아니라 이후에도 많은 출연계획이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강민휘군을 '장애인'이 아닌 '배우'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단성사에서 열린 <사랑해, 말순씨>의 시사회 현장. 그간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강민휘(24)씨를 지도하고 지켜봐온 가나 엔터테인먼트의 김은경 사장의 감회는 남다른 듯했다.

▲ 영화에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예'를, 개봉을 앞두고 떨리지 않냐는 물음에는 '아니오'를 답하던 유쾌한 청년.
ⓒ 나영준
<사랑해 말순씨>는 79년 10·26 아침나절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 지난날의 복고적 풍경을 담담히 담아낸 성장기 영화다. 극중에서 강민휘씨가 밑은 역은 주인공 광호(이재응)를 늘 따라다니는 다소 어눌한 친구 재명.

민휘씨의 겉으로 보여 지는 증상을 뛰어 넘지 못한 배역이 아쉽긴 하지만 그간 스크린에서조차 장애인의 역할마저 비장애인이 독식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민휘씨의 출연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저는 '영화배우' 강민휘입니다

박흥식 감독 역시 영화를 보고 난 90%이상의 관객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강민휘씨의 출연 장면을 손꼽는다며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였다. 촬영 내내 너무 열심히 임해준 민휘씨에게 감사하다"며 공을 돌렸다.

그런 때문인지 시사회에 앞서 무대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그는 "저는 영화배우 강민휘입니다"로 말문을 열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강동원을 꼽으며 그에게는 멋진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다는 강민휘씨의 표정은 가을하늘처럼 맑기만 했다.

- 영화 촬영 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달리기 하는 장면이 많아서 조금 숨이 차긴 했지만 그 외에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또 감독님이 너무 잘 챙겨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 다른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희망이 있고 꿈이 있거든요. 저는 이번에 영화촬영을 하며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각자의 꿈을 이루셨으면 합니다. 저도 다른 분들에게 그렇게(꿈을 줄 수 있도록)해 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여자친구 이야기에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하던 강민휘씨.
ⓒ 나영준
여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는 이내 얼굴이 밝아지며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가 있다"며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열심히 하라"고 많은 힘을 불어 넣어줬다고 전한다.

장애인도 충분히 연예인이 될 수 있답니다

매니저인 이천용씨는 현재 소속사에 민휘씨 외에도 세 명의 장애인이 데뷔를 위해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 거라는 기대를 밝혔다.

- 장애인들을 연예인으로 준비시키는데 있어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지.
"우리 소속사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 계십니다. 시각 장애인도 있고 정신지체를 앓고 계신 분도 있거든요. 어느 정도 힘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어느 한 분에 맞추어 교육을 시킬 수 없다는 고민도 있고요. 민휘씨 같은 경우 대사나 대본 파악 능력이 비장애인과 같을 수는 없죠. 그렇지만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 영화 장면 중 유달리 달리는 장면이 많아 힘들기도 했다고.
ⓒ 쇼 이스트
- 강민휘씨의 연기에 대한 노력이 남다르다고 들었는데.
"민휘씨의 노력과 열정은 정말 대단하죠. 장애가 없었다면 이미 정상급의 연기자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물론 지금도 큰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 역시 충분 하다고 봅니다."

- 장애인의 연예계 데뷔에 있어 힘든 점은?
"현실적으로 비장애인들도 연예인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거든요. 장애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죠. 회사차원에서 열심히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외 방송 쪽에 계신 분들도 많은 도움을 주셔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캐스팅 자체가 안 된다면 허사니까요. 장애인도 될 수 있다는 꿈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사실 장애인들을 드라마나 영화에 쓴다는 것이 한편으로 모험이고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며 "바쁜 환경에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대본의 숙지가 안 되어 있던지 하면 곤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감수를 해 줄 감독님이나 방송 관계자들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건넸다.

"무조건 장애인이니까 실력도 안 되는데 출연시켜 달라는 게 아닙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끼가 있거든요. 장애인들에게도 그런 점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걸 눈여겨보고 꿈을 이루어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을 즐겁게 해 주는 끼가 다분했다는 배우 강민휘씨, 이제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험난한 고갯길에 막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장애인 배우가 아닌 '영화배우 강민휘'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다.

어쩌면 그 길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지난한 인내의 코스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행복하기만 하다. 그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달콤한 꿈'을 이루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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