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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부산 전교조의 반APEC 교재를 비판하고 있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부산 전교조의 반APEC 교재를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국 저널리즘이 또다시 '구국의 칼'을 뽑았다. 한 대학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글로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듯 호들갑 떨던 바로 그 신문들이다.

세 신문과 한나라당이 '합창'했음에도 한국사회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차분했다. 스스로 민망스러웠을까. 슬그머니 꼬리 내렸다. 다만 '구국의 칼'을 칼집에 넣기 쑥스러웠을 터이다.

때마침 그들의 충혈된 눈에 '전교조'가 들어왔다. 전국교직원노조 부산지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반대 동영상'이 그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휘슬을 불었다. 강정구 교수 사냥에 나섰던 '사냥개'들이 거품을 물었다. 보라. 살천스레 달려드는 저 살풍경을.

마녀사냥터 들머리엔 펼침막이 걸렸다. 섬뜩한 글자가 쓰여 있다. "전교조 '인간 세뇌공장'이 망치는 우리 아이들." <조선일보> 사설 제목이다.

전국교직원노조를 '인간 세뇌공장'으로 사냥

한나라당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었다. '우리아이 바르게 키우기 특위'를 구성했다. 박근혜 대표와 전여옥 대변인도 흥분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큼직하게 '지금 전교조는…' 연재물을 시작했다. 첫 회 제목은 '촌지 추방에서 반미로'다. <동아일보>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난 시기의 수업자료까지 분석하고 나섰다.

그래서다. 흥분하지 말고 답해주기 바란다. 지극히 쉬운 질문이다. "이 나라의 초중고 교실이 얼마나 붉어졌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정직하기 바란다. 아니지 않은가. 현실은 정반대 아닌가. 초중고생들 대다수에게 가장 큰 꿈은 '부자'다. 한 나라의 소년과 소녀들의 가슴을 사로잡는 게 돈 아니면 연예인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그렇다. 정작 위기가 있다면 그것이 위기다. 심지어 대학생들조차 다수로 변해가고 있다.

왜 그럴까. 부자신문들이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벌여온 '세뇌' 탓이다. 그럼에도 왜 부자신문과 한나라당은 교실이, 대학이 마치 붉게 물들어간다는 듯이 언구럭을 부릴까. 게다가 사실관계도 어김없이 비튼다.

전교조가 만든 게 아님에도 버젓이 "전교조가 만든 APEC반대 영상교재"라고 못박는다. "APEC 정상회의의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 것은 1쪽이고 부정적 영향을 드러낸 것이 30쪽 분량"이라고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노림수가 있다. 다름아닌 저들의 발언에서 '불순한 의도'가 묻어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격정을 토로했다. "19세, 대학 1년생에 한나라당 지지자가 거의 없다는데, 전교조 수업 때문인 것 같다." 부자신문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나라당 지지자' 대신에 ‘부자신문 구독자'를 넣어보라.

전교조 부산지부가 제작한 `반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교육 동영상 자료`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다른 주제의 발언을 하자, 강재섭 원내대표가 `다른 발언은 하지마라`며 제지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가 제작한 `반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교육 동영상 자료`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다른 주제의 발언을 하자, 강재섭 원내대표가 `다른 발언은 하지마라`며 제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실까지 뒤트는 마녀사냥의 노림수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더 '솔직'하다. "이번 일은 여러 문제와 얽혀 있다. 여권의 사학법 개정 요구에도 다 얽혀 있다"고 언죽번죽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용춤 춘다. 동영상 자료가 학교현장에서 수업자료로 활용되는 일이 없도록 장학지도를 강화하겠단다.

대체 이 나라를 어쩌자는 걸까. 대한민국이 긴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있는데, 저 모리배들은 어쩌자고 늘 생뚱한 문제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가.

전교조를 '인간 세뇌공장'이라며 쏘아보는 부자신문과 한나라당에 한 마디만 덧붙이자. 스스로 거울 앞에 서보라. 보이지 않는가. 긴긴 세월 편향된 논리로 사람을 세뇌해오느라 뻘겋게 충혈된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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