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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8월 프라하 까를교, 거리의 악사들
ⓒ 정지언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는 프라하. 히틀러도 프라하만큼은 폭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정도로 프라하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또한 프라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까를교를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고 했던가? 아마 난 프라하에서 만난 여성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프라하에서 만난 한 여성은 내게 도움을 주면서 어느 나라, 어느 도시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다.

그 질문을 하는 표정은 '체코, 프라하가 제일이 아니었나?' 하는 기대가 담긴 표정과 목소리였다. 그때 난 체코인을 만나면 몰론 알고들 있겠지만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를 가졌는지 말해주고 싶었었다.

그녀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자 그녀는 아주 기뻐하며 좋아했다. 그 속에서 프라하에 대한 자부심을 읽었다. 프라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그런 인상을 종종 받을 수 있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빨간 지붕으로 기와를 얹은 그들, 비록 집안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창밖에 꽃화분을 놓아둘 줄 아는,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 2005년 8월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시가지 모습
ⓒ 정지언
프라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눈부시게 밝은 환한 햇살이었다. 눈을 감아도 환한 빛이 어른거렸으니…. 유럽의 태양이 어찌 우리나라에서 받는 태양보다 환할 수 있겠느냐만은 거리의 밝은 색 계통의 건물들의 영향인지, 혹은 여행의 낭만적인 느낌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밝은 빛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자부심 그득한 표정을 가진 거리의 악사들도 퍽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정서엔 생경하기만 한 거리의 악사들은 격식 따윈 생각하지 않는, 단지 음악이 좋아서 즐기는 예술인 같아 보였다. 해질녘 까를교 위에서 들었던 < Knocking Heaven's Door >는 까를교의 분위기와 무척 어울렸던 듯하다.

낭만을 좇아 떠나온 이들과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에게 거리의 악사들의 음악은 달콤한 초콜릿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주 캄캄한 밤과는 대조적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프라하성, 그 성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체코인들이 너무 부러웠던 밤이었다.

▲ 2005년 8월 까를교에서 바라다본 프라하성
ⓒ 정지언
자본주의 영향이 프라하에도 많이 스며든 까닭에 바출라프 광장에서는 까를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겨졌다. 예전 '프라하의 봄'을 느끼기엔 너무도 변해버린 번화한 거리와 위협적인 모습의 사람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으며 우범지역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경찰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처럼 길 표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점이나 프라하 흘라브니 중앙역의 어수선함 등을 생각해볼 때 프라하는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움과 어설픔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프라하를 보며 광주가 오버랩되는 것은 지나친 나의 상상력 때문일까? 그렇게 프라하의 이미지는 내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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