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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철거 직전 인서점 바깥 모습. 건대 민주동문회 '청년건대'는 9월초부터 인서점 지키기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책을 고민해왔다
강제 철거 직전 인서점 바깥 모습. 건대 민주동문회 '청년건대'는 9월초부터 인서점 지키기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책을 고민해왔다 ⓒ 인서점대책위
인서점이 폐업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올 초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부터다. 새 건물 주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임대계약이 끝나는 12월 이전에 서점을 비워줄 것을 요구, 지난 9월 13일 결국 건물이 철거됐다. 1996년에 이어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최루탄 연기에 '가두투쟁'이 일상이던 1980년대, 이른바 좌경 이념학습 서적들로 빼곡하던 인서점은 당시 서울대 등 주요대학 총학생회 선본의 근거지였다. 그래서 늘 당국으로부터 보안사찰을 받았다. 이렇듯 군사독재의 서슬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았던 인서점이 엉뚱하게도 개발에 떠밀려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인서점 대표 심범섭(62)씨는 "서점이 강제 철거되고 책이 컨테이너에 실려 물류창고로 향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이날 물류창고로 실려 간 책은 줄잡아 2만권이 넘는다.

심씨는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담론과 인간해방의 이론적 토대 마련을 위한 멍석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사회과학 전문서점을 열게 했다"며 "혁명 열기로 들끓던 80년대에 인서점은 혁명동지들의 사랑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결혼식 주례를 선 '386동지'가 600여 쌍에 이른다.

지난 9월 13일 건물 주인은 인서점을 강제 철거하고 책과 집기 등을 컨테이너에 실어 강남 물류창고로 보냈다
지난 9월 13일 건물 주인은 인서점을 강제 철거하고 책과 집기 등을 컨테이너에 실어 강남 물류창고로 보냈다 ⓒ 인서점대책위
1982년 5월 건국대 앞에 문을 연 뒤 청년 대학생들의 사랑방 구실을 해온 인서점의 폐업 위기 소식이 전해지자 건국대 민주동문회 '청년건대' 등은 '인서점 다시 세우기 대책위원회(http://www.youthkku.or.kr)'를 꾸리고 후원계좌를 터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 모금운동으로 한 달 만에 6300여만원이 모아졌다.

지난 96년 건물 주인의 이전 요구로 1차 위기가 왔을 때도 인서점을 아끼는 건국대 동문들이 중심이 돼 인사모(인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구성, 3500여만원을 모금하여 인서점을 위기에서 구했다.

인서점 대책위원회는 인서점 재건을 위해 출자조합을 세울 예정이다. 심씨와 건국대 동문을 중심으로 1인당 100~200만원씩 출자하여 운영은 심씨가 맡고 소유는 조합원 공동으로 하자는 것이다. 또 서점을 '문화사랑방'으로 꾸며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계성 인서점 대책위 사무국장은 "건국대 동문들에게 인서점 아저씨는 단지 책을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정신적 고향이며 아버지였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준 '아버지'와 함께 인서점을 꼭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사모 인터넷 주소  http://cafe.daum.net/lov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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