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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늘 심는 노인들
마늘 심는 노인들 ⓒ 정성필
노동력과의 전투

노동력은 돈이 생기는 곳으로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노동력은 불안정한 고용과 임금 상태에서는 더 안정된 곳,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떠나기 마련입니다. 농촌에는 노동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의 노인처럼 은퇴해서 편하게 쉬어야 할 노인들이 도시의 젊은 노동자들 못지 않은 노동을 합니다. 농촌의 고령화라는 말은 한마디로 말해 불안정한 수입과 노동 시장이 만들어낸 비정상적 현상일 뿐입니다.

고추 따는 노인
고추 따는 노인 ⓒ 정성필
정상적 현상은 젊은 노동력이 농촌에서 일을 하고 평생을 노동했던 농촌의 노인들은 은퇴해서 그동안 쌓아 놓았던 부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겁니다. 조금 유식하게 말하면 자기 계발을 하는 겁니다. 평생 도시에서 일을 하다 은퇴한 노인들처럼 여행을 다니고 영화도 즐기며 명절 때는 손자 손녀들에게 세뱃돈으로 빳빳한 지폐를 척척 꺼내 주는 게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해남 북일면 농민회가 '야적투쟁'을 하고 있다.
해남 북일면 농민회가 '야적투쟁'을 하고 있다. ⓒ 정성필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다릅니다. 도시를 먹여 살리기 위해 희생해야 하고, 대기업의 산업과 국가 차원의 거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게 농촌의 현실이 되다 보니 여전히 불안정한 수입구조와 노동력을 갖고 있습니다.

쌀값 폭락은 곧 농업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농민들의 주장
쌀값 폭락은 곧 농업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농민들의 주장 ⓒ 정성필
생존권과의 전투

1980년대 노동자들의 대투쟁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생존권과 합법적 노조활동을 위해,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위해 공장에서, 거리에서 벌였던 투쟁이 지금 농촌에서 벌이지고 있습니다.

해남 땅끝에서 전북 남원까지 걸어가는 도로에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쌓아 둔 볏단마다 자신의 이름과 구호를 써 놓았다.
농민들은 쌓아 둔 볏단마다 자신의 이름과 구호를 써 놓았다. ⓒ 정성필
앞으로 이 땅을 얼마나 더 걸을지 얼마나 이 땅의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도 땅을 밟으며 느낀 농촌의 현실은 희망보다는 절망, 풍요로움보다는 생존의 문제와 가까웠습니다.

농촌의 노동력
농촌의 노동력 ⓒ 정성필
공권력과의 전투

공권력이 농촌을 지키고, 농촌의 나이먹은 '노인 노동자'를 지켜야 하는 게 정석이겠지요. 그런데 지금의 공권력은 농민을 상대로 일대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화는 서로 만족할 선까지 끈기있게 인내할 때 이뤄집니다.

타협을 하려면 농촌이 희생 당하는 만큼 산업(대기업, 재벌)도 희생해야 할 겁니다. 농촌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 만들어져 농촌길마다 '전투적' 펼침막보다는 희망이 가득 담긴 펼침막이 걸리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고구마밭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
고구마밭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 ⓒ 정성필
나주 농촌 들녘에서 만난 아이들
나주 농촌 들녘에서 만난 아이들 ⓒ 정성필
도시를 막론하고, 농민들은 절규하고 있었다.
도시를 막론하고, 농민들은 절규하고 있었다. ⓒ 정성필

덧붙이는 글 | 땅끝에서부터 걸으며 보는 풍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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