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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들은 소통을 위하여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만들었고, 그 다리를 통해 섬으로 밀려들어 옵니다. 처음에 섬사람들은 '배를 타고 오가는 불편을 덜 수 있다'고 좋아라 박수를 쳤지만 곧 후회를 했습니다. 다리가 놓이는 순간 섬은 육지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 차를 타고 섬을 찾은 낚싯꾼
ⓒ 한성수
먼저 섬을 찾은 건 낚시꾼이었습니다. 그들은 함부로 가져온 쓰레기를 섬 구석구석에 버리고 아무 곳에서나 똥과 오줌을 내갈겼습니다. 섬사람들은 간이화장실을 만들었지만 그들은 남녀노소 모두 으슥한 곳에서 바지와 치마 내리기를 좋아했습니다. 그 옆에는 똥 묻은 하얀 휴지가 소복처럼 나폴거렸습니다.

▲ 소통과 불통사이
ⓒ 한성수
또 그들이 고기잡다가 떨어진 낚시줄이나 납덩이로 만든 추는 바다생물을 죽여서 가까운 바다의 고기들은 더 먼 곳으로 쫓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다리 놓인 섬을 더 찾았습니다. 낚시꾼들은 잡은 고기를 회를 쳐서 소주를 들이키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빈 소주병만 그득합니다.

▲ 다리 위의 사람들
ⓒ 한성수
그 다음은 관광객이 찾아 들었습니다. 그들은 섬 가까이 관광버스를 세우고 다리를 건너 섬으로 몰려 왔습니다. 사기꾼이 등장하고 도난 사고가 발생하자 섬사람들은 낯선 육지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문없이 누천년을 살았던 섬사람들의 집에는 쇠못을 박은 대문이 집집마다 매달렸습니다.

▲ 섬(아무리 작아도 나무가 있으면 섬, 없으면 여)에 걸친 죽방렴
ⓒ 한성수
나는 오랜만에 마음 속의 섬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 섬에는 칠순의 나이든 부부가 구순의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도란도란 살아가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나는 번번이 그 집에서 민박을 합니다. 아주머니는 김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에게 삶은 문어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민박집 아저씨와 우연히 같은 배를 타고 섬을 건넜습니다.

"아저씨, 애인은 어떡했어요?"

선장은 너스레를 떱니다.

"애인없이 한 번씩 다녀보아야 애인 귀한 줄 알지!"

아저씨도 따라서 껄껄 웃습니다. 사실은 할머니가 다쳐서 병간호를 하기 때문에 혼자 오는 길이었지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부는 천막 작업장에서 감성돔을 낚기 위해 쏙을 낚시(주낙)에 끼우면서 다정스레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다리가 놓이지 않아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푸념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 다리와 등대
ⓒ 한성수
밤에 다리가 놓인 큰섬(늑도)이 조명을 받아 바다를 대형 스크린으로 형형색색의 빛의 향연을 연출합니다.

태풍매미 때 부서졌던 방파제를 더 튼튼하게 고치고 아저씨는 고기잡이 배를 다시 샀건만, 그들 마음의 등대였을 '용신각'은 끝내 빈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용신각을 안부를 묻자 아주머니는 씁쓰레하게 웃습니다.

▲ 등대 너머로 보이는 화력발전소
ⓒ 한성수
밤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섬을 나옵니다. 죽방렴이 보이고 화력발전소와 등대가 보입니다. 선착장의 바닷물 위에 앉았던 갈매기가 배가 만들어 내는 물결에 화들짝 놀라 날아오릅니다.

삼천포-창선대교

삼천포-창선대교는 사천시 삼천포와 남해군 창선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 등 이들 4개 다리를 말합니다. 이들 다리는 각각 다른 공법으로 시공됐는데 현재 사천 8경 가운데 제1경으로 손꼽힙니다.

공사 중 늑도에서 청동기 시대의 각종 유물이 발견되어 공사가 지연되었는데, 이것을 보면 이 일대에 고대 해상왕국이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살이 세어서 죽방렴이 많이 보이고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그물로 상처를 입지 않아 멸치 중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습니다.

또 이 곳 일대의 횟집은 센 물살 때문에 고기의 육질이 단단해서 통영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회'라고 지역민들의 자랑이 대단합니다.

☞가는 길:서울-대진고속도로-사천나들목-사천공항-삼천포항(도선을 타면 신도로 갈 수 있다)-창선ㆍ삼천포대교-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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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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