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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어제 저녁, 막 저녁밥을 먹으려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형님, 고기 잡아왔는데 회 뜨러 오십시오."

동서는 "감성돔이 붙었다"는 말을 듣고는 새벽에 친구들과 마산 구산에서 배를 대절해서 배낚시를 했는데, 전갱이와 감성돔을 제법 잡아 왔습니다. 전갱이는 굽고 감성돔은 회를 떠서 먹기로 했습니다.

'바다의 은빛 신사'라 불리는 감성돔은 좀처럼 낚기가 쉽지 않은데, 동서는 30cm에서 35cm에 이르는 적당한 씨알의 감성돔을 다섯 마리나 잡아 왔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선초밥을 만들어 보라고 권합니다. 우리가 고기를 손질하는 동안 처제는 다시 밥을 합니다.

▲ 오늘 잡은 감성돔
ⓒ 한성수
자! 이제부터 집에서 생선초밥을 만들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살아 있는 감성돔을 어시장에서 구입하거나 그것이 귀찮다면 횟집에서 "초밥용으로 회를 떠 달라"고 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밥하는 것부터 따라하면 되겠습니다. 초보 선생님(아내)이 하는 강의니 더러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니 크게 허물치는 마셨으면 합니다.

잡은 감성돔으로 회를 뜨기 위해서는 먼저 깨끗이 손질을 해야 합니다. 먼저 지느러미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자릅니다. 특히 등지느러미는 억센 편이지만 제법 많이 잘라서 반대쪽과 구분을 지어야 껍질이 잘 벗겨져서 회를 뜨기가 수월합니다. 가위로 지느러미를 자른 후에는 칼로 비늘을 벗겨내고 대가리와 내장을 정리합니다.

▲ 지느러미와 대가리를 자르고 비늘을 쳐서 내장을 빼어낸다
ⓒ 한성수
참! 회를 뜰 때는 행주와 목장갑이 필요하니 미리 준비해 두십시오. 손질한 생선은 마른 행주로 물기를 깨끗이 제거하고 이물질도 닦아냅니다. 그런 후에 등 쪽 몸통 부분의 껍질을 칼로 살짝 분리해 냅니다. 그리고 목장갑을 낀 손으로 생선을 잡고 다른 손으로 힘을 주어 쫘-악 당기면 생각보다 쉽게 껍질이 벗겨집니다.

▲ 생선 몸통 부분의 껍질을 칼로 분리한다
ⓒ 한성수
▲ 몸통 부분을 목장갑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껍질을 잡아당긴다
ⓒ 한성수
이제 껍질을 벗긴 생선을 뼈와 살점으로 분리해 내야 합니다. 생선의 몸통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부분을 만져 보면 뼈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운데를 남기고 왼쪽과 오른쪽의 살점을 칼로 조심스럽게 베어냅니다. 이때 뼈에 살점이 남아 있지 않도록 칼을 깊숙이 넣어야 합니다. 또 뱃살 쪽에도 가는 뼈가 있으므로 덜어내어 따로 손질을 해야 합니다.

▲ 몸통의 가운데를 남기고 좌, 우측의 살점을 발라낸다
ⓒ 한성수
발라낸 살점을 저며 내어야 하는데, 감성돔은 살점이 단단해서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얇게 썰 수 있을 것입니다. 저미다가 실패를 하면 회로 드셔도 되니까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며 놓은 회는 비닐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 저민 초밥용 회
ⓒ 한성수
아내는 식초와 설탕과 소금을 4:2:1 정도로 배합을 해서 충분히 저어서 잘 녹게 만듭니다. 만약 설탕이나 소금이 잘 녹지 않으면 불에 살짝 올리면 잘 녹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합 초를 따뜻한 밥에 넣고 밥 주걱으로 고루 섞어서 보자기로 덮어 충분히 식힙니다. 아내는 보자기로 덮는 이유는 밥에 배합초가 충분히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라고 일러줍니다.

▲ 배합 초를 넣어 섞어 놓은 밥
ⓒ 한성수
"내가 계속 '차게 해라, 식혀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그건 생선회는 차게 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에요. 회에 더운 기운이 가서 물러지면 큰일이지요. 생선회를 만지는 횟집이나 일식집에 남자 주방장이 많은 이유는 여자들의 손이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뜨겁기 때문이에요."

▲ 밥 위에다 고추냉이를 살짝!
ⓒ 한성수
아내는 식은 밥을 배합 초를 묻힌 손으로 모양을 짓습니다. 가운데가 볼록한 맥주 통처럼 생겼는데 그 위에다 물과 1:1로 배합해서 만든 고추냉이를 살짝 올려서 저며 놓은 생선으로 덮습니다. 아이들은 고추냉이를 싫어해서 생선만 올려 놓았습니다. 감성돔 생선초밥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 완성된 감성돔 생선초밥!
ⓒ 한성수
맛이 어떤지 궁금하세요? 한 번 드셔 보십시오! 그냥 죽이는 맛입니다. 맛을 표현하고 싶은데, 빈약한 제 문장력을 탓할 뿐입니다. 오늘의 강의를 마칩니다. 시장에 가서 활어를 사거나 회를 사서 가볍게 한번 따라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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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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