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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숙

할아버지는 콩밭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같은 동네, 조금 젊은 할아버지 콩밭에 새참을 가져가는 길이었습니다.

ⓒ 권용숙

두 할아버지가 앉아 막걸리 잔을 주거니 받거니 정겹습니다. 콩밭 인심이 그런 게 아니라며 나에게도 막걸리 한잔을 권했습니다. 막걸리 한잔에 취해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 권용숙

ⓒ 권용숙

ⓒ 권용숙

내가 콩밭에 들어간 또 하나의 이유는 '까마중' 때문입니다. 어릴 때 '때꼴'이라 불리던 '까마중'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콩대 사이사이 까마중이 까만열매를 달고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막걸리 한잔에 취해 까마중을 한 움큼 따 입안에 털어 넣었습니다. '까마중' 열매를 입안에서 톡톡 터뜨립니다. 어릴 적 엄마 따라 콩밭 매던 아이가 그 어머니 나이가 되어 콩밭을 기웃거리며 옛 생각에 취했나 봅니다.

ⓒ 권용숙

콩밭에는 콩만 있는 게 아닙니다. 콩도 있고, 까마중도 있고, 고들빼기꽃도 피어 있고 사람 사는 정도 있습니다. 어릴 적 콩밭에 콩을 심어보기도 하고, 콩밭을 매보기도 하고, 콩대를 베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콩대 베다 만난 까만 '까마중' 열매를 따먹던 기억에 나도 모르게 콩밭에 침입하게 된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콩대 사이에 함께 자라고 있던 '까마중'은 비켜가며 콩대를 베었습니다. 콩 베고 난 자리엔 '까마중' 줄기만 빈 콩밭에 서 있었습니다.

막걸리 한잔에 취하고, 할아버지 인심에 취하고, '까마중' 까만 빛깔에 또 취하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 콩 타작 잘 하셨지요?

ⓒ 권용숙

덧붙이는 글 | 서울과 경기도 의 경계에 위치한 산밭은 내마음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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