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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제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노충국씨.
ⓒ 오마이뉴스 박상규

[알립니다] 노충국씨를 돕는 방법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있는 노충국씨의 사연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각지에서 노씨를 돕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네티즌 여러분들께서 이 기사에 보내주시는 '좋은기사 원고료'(기사 하단)를 전액 노씨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25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제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노충국씨 문제에 대해 "군 당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노씨는 '최선을 다한 군대'에서 왜 위암 말기 지경까지 이르렀고, 3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노씨와 군부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는 노충국씨가 국군광주병원에서 진료받은 흔적이 게재된 '외래진료기록지'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외래진료기록지에는 노충국씨가 제대 3개월을 앞둔 지난 3월말부터 5월말까지 국군광주병원에서 받은 세 번의 진료기록이 담겨 있다.

의문1 : 노충국씨는 왜 1개월 간격으로 진료를 받았나.

노씨가 국군광주병원을 처음 찾은 건 지난 3월 29일. 이날 노씨는 복통을 호소하고 1주일분의 약을 처방받았다. 노씨는 이후 4월 28일 다시 국군광주병원을 찾아 내시경을 촬영했고, 병원측은 광주시에 소재한 민간병원에 노씨의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마지막으로 노씨는 5월 27일 국군광주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모두 1개월 간격이다.

이 기간 동안 노충국씨는 밥을 제대로 못 먹었고 새벽에도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씨는 1개월이라는 긴 시간차를 두고 두 차례에 걸쳐 군병원 치료를 받았다. 노씨의 병원 진료를 가로막는 어떤 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군 당국은 "1차 진료 당시 노씨에게 약을 처방하면서 효과가 없으면 병원을 다시 찾으라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며 "중간에 노충국씨의 말년휴가도 끼어 있어 병원진료가 1개월씩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씨의 3개월 선임이었던 구본호씨는 "군부대의 잘못된 관행이 노씨의 진료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아픈 병사들이 개별적으로 외부 진료를 신청해도 바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한달에 한번 부대의 아픈 병사들이 한꺼번에 모여 나가 진료를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씨는 "이런 진료 기회마저도 훈련이나 바쁜 일과와 겹치면 못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의문2 : 노충국과 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노씨는 지난 4월 28일 두 번째로 군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했다. 이때 외래진단기록지를 보면 노씨에게는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암 의증 진단이 내려졌다. 그리고 군병원은 외부 병원에 노씨의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이날 노씨를 진료한 군의관 이모씨는 "노씨에게 위암이 의심되니 밖에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사자 노씨는 이런 군 당국의 말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노씨는 "위암이라는 말을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위궤양이라는 말만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씨의 부친 노춘석(62)씨도 군 당국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위암 말기 환자에게 위궤양 약을 처방한 게 최선을 다한 것인가. 또 위암이 의심된다고 진단했으면 치료를 해주는 것이 진정한 최선이 아닌가. 위암 경고를 듣고도 병원을 찾지 않을 만큼 우리가 바보로 보이나. 군은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감추고 있다."

군 당국은 위암을 경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위암 말기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노씨는 위암이란 말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다른 것이다. 결국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군 당국은 노씨 외래진단기록지에 '위암 의증'이라고 적시된 것과 군 의무관의 증언을 빌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암을 경고했다고 주장하는 군 당국이 정작 노씨에게 처방한 약은 위궤양약 뿐이었다.

의문3 : 노충국씨는 왜 방치됐나

노씨는 지난 7월 7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노씨가 처음으로 군병원 치료를 받은 지 4개월만이다. 노씨의 군대 동료들은 이 4개월 동안 노씨가 매우 큰 고통 속에서 생활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씨의 군 동기인 변민규씨는 "충국이는 4월말부터 복통 때문에 모든 군 업무에서 제외돼 내무실에 누워만 있었다"며 "군 당국이 위암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노씨를 방치했겠느냐. 그럴 경우 더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노씨의 1개월 선임인 이모씨도 "노씨는 4월부터 새벽이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큰 고통에 시달렸다"며 "위암 경고를 받았다면 노씨가 왜 그런 고통을 부대에서 참고만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이씨는 "부대의 모든 장교들도 위궤양으로만 이야기할 뿐 암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노씨 군대 동료들의 이같은 주장을 종합해보면 노씨는 4월부터 제대(6월)까지 2개월 동안 사실상 군대에서 방치된 것이다. 이때 노씨의 병이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문4 : 군 당국은 왜 함구로 일관할까

군병원 쪽은 지난 4월 노충국씨에 대해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노씨에게 위암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진단과 경고는 노씨가 복무하는 해당 군부대에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씨가 복무한 군부대쪽은 "우리는 군 병원의 진단에 따라 성실히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며 "노씨의 암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보도로 노씨 문제가 알려지자 관련자들은 모두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노씨가 복무한 군부대 김모 중대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노씨와 관련한 모든 사항은 공보장교로 창구를 단일화해 얘기하기로 했다"며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모 공보장교는 "아무 것도 얘기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창구는 국방부 공보관실로 통합됐다"고 밝혔다.

노씨 내시경 검사를 담당했다는 국군광주통합병원의 한 의무관은 24일 <오마이뉴스>로 전화를 걸어와 "당시 노씨에게 밖의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노씨가 '말년휴가 때 진찰받겠다'고 할 뿐 스스로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군의무사령부로부터 연락을 받아 노씨 사연을 알게 됐다고 밝힌 이 의무관은 이름은 물론 연락처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공중전화로 연락을 하는 등 신분을 철저하게 가렸다. 이후 병원측은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대답 없기는 국방부 쪽도 마찬가지였다.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선 국방부 관계자들은 노씨가 1개월 간격으로 진료를 받은 것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노씨의 부대 내에 문제가 있었거나, 일시적으로 노씨 증상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밖의 의혹에 대해서는 설명해주는 사람조차 없다. 잘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국군의문사령부는 "국군광주통합병원의 외래 진료기록서에 '내시경 확인결과 소견상 악성종양 배제 어려워 환자에게 설명함'이라고 적시돼 있다"며 "이런 기록으로 미뤄 투병중인 노씨에게 위암일 가능성을 경고했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육군본부 의무감실 관계자는 24일 첫 보도가 나가자 <오마이뉴스>로 전화를 걸어와 "기사에 나오는 육본 관계자가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육본 의무감실은 "(의무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면서도 <오마이뉴스> 취재에 응한 사람을 찾는 내부조사에 주력할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광웅 국방장관은 "노씨 부친의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며 "군의관이 '위암 의증'이라고 진료카드에 적었는데 고도의 의학용어를 부친이 이해하지 못하고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친이 요구해서 진료카드를 복사한 것으로 알고 있고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 노춘석씨가 의무기록지를 복사해서 가져온 날은 7월 29일. 이미 첫 위암판정을 받고도 20일이 지난 뒤였다. 위암판정을 믿을 수 없던 부친이 다른 종합병원 등에서 연거푸 위암판정을 받고 나서야 의무기록지 복사본을 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아버지 노춘석씨와 가족들은 군 당국이 이번 사건을 애초부터 은폐,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군 동료들이 하나둘씩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 결과를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국민의 불신을 걷어내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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