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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군국주의를 찬미한다"는 주변국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신사를 방문했다. 이번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난 2001년 4월 총리가 된 이후 5번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군국주의를 찬미한다"는 주변국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신사를 방문했다. 이번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난 2001년 4월 총리가 된 이후 5번째다. ⓒ REUTERS/연합뉴스

17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에 대해 "마음의 문제에 다른 국가가 간섭해서는 안된다"며 "전몰자에게 추도의 마음을 바치는 것은 외국정부가 안 된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며 정면 반박했다.

여기에 일본의 초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소속 101명도 18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이 문제를 둘러싼 파문이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7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긴 안목으로 보면 중국도 이해해 줄 것이다, 잘 설명해나갈 것"이라면서 "마음의 문제에 다른 사람이 간섭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외국정부가 전몰자에게 추도하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 중·일 우호와 한·일 우호, 아시아 중시라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정례대제 시기에 맞춰 참배한 것에 대해서는 "1년에 한번 참배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우정민영화법안이 성립된 것이 하나의 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참배의 의의에 대해서는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결의 표명과 함께 전몰자에게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A급 전범 등 특정 인물을 생각해서 참배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참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지난 6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검토하기로 한 새로운 국립추도시설 건설에 대해서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하면서 검토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고, 국내외의 이해를 얻기는 힘든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01년 8월 13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전몰자에게 추도의 마음을 바치는 것"이라고 밝힌 후, 참배 이유로 ▲추도의 마음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 표명 ▲전통과 문화 존중을 여러차례 내세워 왔다. 중국과 한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전몰자를 추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앞으로 설명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일본 국회의원 101명,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

일본의 초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101명도 18일 오전 추계 정례대제가 열리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자민당에서는 다케메 쓰토무 간사장과 '일본 유족회' 회장 고가 마코토 전 간사장 등 93명이 참배했다. 각료는 없었지만 니시가와 긴야 내각부 부대신 등 부대신과 정무관급 5명도 참석했다. 그 밖에 민주당 의원 3명과 무소속 의원 4명 등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 4월 춘계 정례대제 때 80명의 국회의원이 집단으로 참배한 것에 비해 21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또 대리 참석자까지 합치면 모두 195명이 이번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참배에 참여한 가와조 시카 초선의원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디까지 일본의 내정문제다, 다른 국가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 정계,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의견 분열

일 정계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열되고 있다.

기타가와 가즈오 일 국토교통상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유감이다, 중요한 중·일,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라며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했다. 무라다 요시다카 방재담당상도 "총리에게 참배 자제를 촉구한 바 있으나, 그런 의미에서 매우 유감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찬성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아소 다로 총무상은 "야스쿠니 신사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과 한국과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되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내정문제라는 문제제기가 있지만 종교문제다"라면서 참배를 거듭 옹호했다.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도 참배를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 동중국해 가스전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중국이 어른스런 대응을 하면 된다, 가스전은 이 문제와 관계가 없으므로 중국은 빠른 시일 내에 성의 있는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소다 관방장관은 1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최소 형식'이라고 표현하면서 "야스쿠니 문제만으로 주변국가와의 관계전체가 후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 "신교의 자유에 근거한 사적인 참배"라며 옹호했다.

벌써 다섯번째... 왜?
총선 압승으로 탄탄해진 정치적 기반 배경으로 '소신' 행보

▲ 지난 17일 준이치로 고이즈미 총리가 경호원들과 함께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11일 총선 직후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올해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53%로 '참배해야 한다'는 의견(37.7%)을 크게 앞섰다. 이같은 국민 여론,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 국내 정치권의 논란 등을 무릎쓰고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그의 '소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벌써 다섯번째(총리직 이후)다.

고이즈미 총리는 '헨진(기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제까지 일본 정치인들과는 크게 다른 면모를 보여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그의 강력한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우정 민영화를 밀어붙였듯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강행함으로써 '소신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지난달 총선 압승으로 정치적 기반이 탄탄해진 것도 참배 강행의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일본 정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반대하지만, 이미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이상 그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고이즈미 총리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아소 다로 총무상,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 다니카키 사타카즈 재무상 등도 신사 참배를 찬성하고 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 시기를 10월 중순으로 선택한 것은 중요 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다음달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며, 12월 말레이시아에서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또 12월에는 한일 정상회담도 잡혀있었다.

그러나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과 중국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의 외교일정에 차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청와대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직후 연말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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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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