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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보러 피아골에 갔습니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고운 단풍도 만났습니다.
단풍을 보러 피아골에 갔습니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고운 단풍도 만났습니다. ⓒ 구동관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러 피아골에 다녀왔습니다. 피아골로 향하며 힐끔힐끔 바라 본 지리산 능선도 아름다웠습니다. 절정이 열흘쯤 남은 지리산 단풍은 지금 산 중턱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정상은 홍엽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아름다운 단풍들은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며 아래쪽으로 서서히 퍼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단풍의 모습은 황홀하지는 않습니다. 누렇게 변한 그 색들은 마치 지리산이 커다란 모자를 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그 누런빛들이 각각의 색으로 분리되고, 아름다운 황홀경이 되겠지요.

단풍잎이 가장 고운 빛깔이었습니다.
단풍잎이 가장 고운 빛깔이었습니다. ⓒ 구동관
피아골은 단풍이 유명한 곳입니다. 단풍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우리나라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으며, 지리산 10경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입니다. 피아골 계곡의 이름도 여러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슬픔을 이야기 하면서 피가 강을 이루며 흐른 곳이라 피아골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곡식인 피 재배가 많아 피밭골로 불리다가 자연스레 피아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단풍 나무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색으로 변해가는 나무들도 많았습니다. 색이 아름다운 잎들을 모두 단풍이라고 부르지요.
단풍 나무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색으로 변해가는 나무들도 많았습니다. 색이 아름다운 잎들을 모두 단풍이라고 부르지요. ⓒ 구동관
이번 산행은 본격적인 산행 채비를 갖춘 것이 아니고 가벼운 여행으로 나선 길이니, 목적지를 피아골 산장으로 잡았습니다. 주차장이 있는 직전마을에서 대략 4km 쯤의 길입니다. 아침 9시 직전마을에 차를 세우고 피아골 등산로로 들어섰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철은 아니어서 단풍을 보러온 여행객들이 많지는 않아 한적한 가을 숲을 즐기기에 딱 좋았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만난 경치들이 아직 현란한 빛깔의 단풍은 아니었습니다.

파란잎이 막 붉은 빛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파란잎이 막 붉은 빛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 구동관
그래도, 삼홍소나 구계포계곡 등에서 만난 몇 그루의 나무는 이미 단풍의 절정에 빠져 있었습니다. 삼홍소는 피아골 중에서도 단풍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는 곳입니다. 삼홍(三紅)이라는 이름도 산도 붉고(山紅), 물도 붉고(水紅), 사람도 붉다(人紅)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더욱이 그런 계곡의 단풍들은 계곡의 바위며 맑은 물소리와 어울려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빛이 고운 나뭇잎들은 물에 떠있는 모습도 역시 아름답습니다.
빛이 고운 나뭇잎들은 물에 떠있는 모습도 역시 아름답습니다. ⓒ 구동관
하지만, 산행을 하면서 색이 아름답지 않은 나뭇잎들을 더 많이 만났습니다. 단풍을 보러간 산길에 화려한 색의 단풍이 적어 색이 덜 고운 나뭇잎들까지 시선이 갔는지도 모릅니다. 어떻든 이미 시들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좀 떨어져 있는 그런 나뭇잎들이 문득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풍이 가장 곱다는 삼홍소는 아직 단풍 절정이 아닙니다.
단풍이 가장 곱다는 삼홍소는 아직 단풍 절정이 아닙니다. ⓒ 구동관
아름다운 빛깔의 단풍잎이든 아름다운 빛깔을 내지 못한 단풍잎이든 같은 나뭇잎인데, 새봄의 신록부터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그 나무의 생명을 유지했을텐데, 그 역할이 다할 때의 모습이 색이 고운 나뭇잎에 비하여 떨어진다고 가벼운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삼홍소 주변에 색이 변한 나무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도 삼홍소 주변에 색이 변한 나무들이 꽤 많습니다. ⓒ 구동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뚝 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이야기 하지만,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묵묵히 사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런 사람들의 성실함이 세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지요.

삼홍소보다 조금 높은 곳인 구계포계곡입니다. 단풍빛이 더 곱습니다.
삼홍소보다 조금 높은 곳인 구계포계곡입니다. 단풍빛이 더 곱습니다. ⓒ 구동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현란한 빛깔이 없어도 제 할일을 다하고 새로운 봄을 위해 시든 나뭇잎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눈으로 봐서 아름다움이 조금 떨어질지 모르나 마음으로 본다면 현란한 빛깔의 나무들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산에는 색이 곱지 않은 나뭇잎들이 더 많습니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겠지요.
그래도 산에는 색이 곱지 않은 나뭇잎들이 더 많습니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겠지요. ⓒ 구동관
이번 주 전국은 단풍 절정기가 되어갑니다. 제가 다녀온 시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단풍을 찾아 여행에 나설 것입니다. 단풍 여행을 떠나는 당신께서 아름다운 빛깔에 흠뻑 취하고, 그 고운 빛깔들을 마음에 채운다면 좋겠습니다. 더하여 바닥에 깔리어 당신의 거친 발길마저도 "바스락 바스락" 얌전히 받아들이는 색이 곱지 않은 더 많은 나뭇잎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그런 따듯한 시선으로 당신의 가을 여행은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올 단풍 여행길에는 미운 나뭇잎들도 당신의 예쁜 마음으로 보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올 단풍 여행길에는 미운 나뭇잎들도 당신의 예쁜 마음으로 보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 구동관

덧붙이는 글 | '10월 여행 이벤트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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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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