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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발원지. 청계천은 밤이 오면 빛과 함께 그 시작의 걸음을 뗀다.
발원한 청계천은 일단 솟구친다. 자연에선 일단 떨어진 뒤 튀어 오르는 경우를 제외하곤 물이 솟구치기 어렵지만 도시에선 얼마든지 그것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경이롭다. 물을 위로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시의 공력은 놀랍지만 그러나 그 공력에도 엄연한 한계가 있다. 결국 솟구친 물도 아래로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으며, 모든 물은 결국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갈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공력은 놀랍지만 알고 보면 자연의 공력이 더욱 놀라운 셈이다.
천변에는 한밤에도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천천히 걸어 다니거나 아니면 여기저기 천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시간의 여유를 즐긴다. 천변에 섰을 때 가장 큰 물의 매력은 사람들을 그 여유로운 흐름으로 물들인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징검다리를 건넌다. 그들의 그림자가 물구나무를 서서 함께 건넌다. 그렇게 배웠건만 두드려보고 돌다리는 건너는 사람이나 그림자는 하나도 없다.
돌다리는 밤이 오자 파랗게 불을 켜들었다.
돌다리는 모두 푸른 등을 하나씩 등에 이고 불빛이 오는 쪽으로 모여들었다. 돌다리는 모두 빛이 오는 쪽으로 모인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항상 제자리였다. 도시에선 빛도 항상 제자리이다. 도시에선 거의 항상 그렇다. 항상 목마르지만 그러나 그 갈증을 풀어줄 빛의 샘은 저만치 거리에서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언제나 갈증만 부추긴다.
그들은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는 사진을 찍는 그들을 찍었다. 내 사진은 그들을 폭포 속으로 묻어 버렸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건너편에서 그들에게 물벼락의 장난질을 치고 있었다는 것을.
어디 깊은 바다로 내려앉은 심해 탐사선으로 오해마시라. 무릎 깊이의 시냇물도 불빛이 짧으면 심해가 된다.
가로로 흐르는 빛의 다발을 세 등분하면 무엇이 되는지 아시는가. 청계천변 어딘가에 있는 어느 다리의 일부분이 된다.
조심하시라. 물이 빼어든 칼일지도 모르니.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