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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0주년을 맞는 동국대학교 캠퍼스 전경
개교 100주년을 맞는 동국대학교 캠퍼스 전경 ⓒ 오마이뉴스 김덕련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오마이뉴스 편정아
'강정구 교수 파문'을 겪고 있는 동국대학교(총장 홍기삼)가 강 교수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사실상 취업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상렬 부회장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라며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강 교수의) 강의를 받더라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장은 "편향된 한 교수의 이론에 의해 (심성이) 맑은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의 특성을 이해하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 교수가 대학교단과 학문의 자유를 방패막이 삼아 젊은 학생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강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올바른 시장경제 교육과 시장경제 이념이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앞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대학수업 내용 등을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라며 강 교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교수들 "처벌 신중해야"... 학생들 "강 교수 면직당하면 우리가 나선다"

한편 김현해 동국대 이사장의 '강정구 교수 면직' 발언에 대해 김 부총장은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로서의 심경을 표현한 것 뿐"이라고 전했다.

김 부총장은 "대학교수에 대한 행정적 조치는 사립학교법이나 학칙에 의한 적절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학교의 입장"이라며 "학칙 등에 따라서 처리할 수도 있지만 교수의 신분을 보호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으로서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또 "아무리 상업화되고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학이 가져야 할 숭고한 이상적 가치와 자유가 있다"며 "대부분 교수들은 강 교수의 견해와 의견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처벌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으로 동국대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곱지 않은 데 대해서도 김 부총장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 부총장은 "이번 사건으로 6·25 참전단체나 원로 교육자 등이 전화를 많이 해서 학교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고 전한 뒤 "대학 이미지가 고착화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장은 "내년이면 개교 100돌을 맞는 우리 학교는 만해 한용운 등 훌륭한 분들을 수없이 배출했는데 이번 사건이 터져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 정상적으로 강의...."오늘은 일체 이야기 않겠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이 강정구 교수 처벌을 반대하며 각자 작성한 엽서를 붙여 만든 대자보. 사회학과 학회실 바깥벽에 부착돼 있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이 강정구 교수 처벌을 반대하며 각자 작성한 엽서를 붙여 만든 대자보. 사회학과 학회실 바깥벽에 부착돼 있다. ⓒ 오마이뉴스 김덕련
한편 강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여 가량 동국대 M관 306호에서 '한국사회론' 강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수업을 마친 뒤 기자들이 몰려들어 법무부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대한 생각을 물었으나 강 교수는 일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 교수는 "오늘은 일체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지금은 말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짤막한 대답만 남겼다.

학생들은 법무부의 결정을 일단 환영하고 있다. 박현철(25·사회학과 01학번)씨는 "천 법무장관이 내린 불구속 수사 방침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1000명 중 999명이 강 교수의 말을 반대한다 해도 학자로서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강 교수의 말은 학문적인 주관인데 이를 국보법상 고무찬양죄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학교에서 강 교수를 면직시킨다면 학생들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배(26·사회학과 01)씨도 "조사할 것은 조사해봐야 되지만 강 교수가 도주 우려도 없는데 구속 수사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의 발언을 듣는 순간 황당했다"며 "강 교수의 생각은 나와 다르지만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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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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