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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농가 정문을 막고 있는 출입금지 팻말.
양계농가 정문을 막고 있는 출입금지 팻말. ⓒ 안서순
조류독감으로 인해 초비상이 걸린 것은 '철새축제'를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 보다 오히려 닭과 오리 등을 기르는 '양계농장'이다. 양계농장은 농가의 생계와 연관된 '전 재산'이기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만약 사육중인 닭과 오리가 조류독감에 오염되면 우리에게 원자탄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다"는 이 말 한마디에 양계농가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최근 농협충남지역본부가 밝힌 농수축산물 시세 중 닭고기는 1kg당 873원으로 올들어 최고시세를 보였던 지난 3월의 2055원에 비해57.5%나 떨어졌고 계란도 905원(특란10개)으로 올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4월의 1330원보다 34.1%나 하락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양계농가들은 가격하락으로 사료값도 건지기 어려운 판국에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한마디로 인해 하루아침에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장 종사자들은 진지를 구축하듯 농장 전체를 그물망이나 천막으로 둘러치고 총(공기총)까지 마련해 철새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닭, 오리 농장 주변은 계엄령이 선포된 도시같이 삼엄하다.

'농장 종사자 외 일체의 출입을 금지 합니다' 닭, 오리를 기르는 농장 입구마다 붉은색 글씨로 쓴 '출입금지' 팻말이 어김없이 서있고 사료보관 창고 곁에는 자동차 바퀴 등에서 묻어오는 바이러스를 살균하는데 사용할 생석회가 쌓여있다.

출입하는 사람과 자동차 등을 소독하기 위한 자동소독기도 대부분의 농가에 설치되어 있다. 양계장이 밀집되어 있는 서산시 고북면 사기리 지역과 부석면 가사리 지역에서는 마을입구에서부터 외지인 차량 등을 통제하고 농장출입은 철저히 막고 있다.

천수만 일대의 양계농장을 포함해 서산시 전 지역에서는 740농가에서 167만4800여 마리의 닭(산란계,육계 포함)과 오리 등을 키우고 있다. 홍성 지역은 천수만지역과 인접한 서부면과 갈산면 등을 포함한 지역에서 산란계의 경우 29농가에서 54만여 마리, 육계 53농가 203만 5000여 마리, 종계장 9개소 21만 마리 등이 사육되고 있다.

홍성군은 지난 8일부터 철새축제가 열리는 천수만 인근지역인 서부면과 갈산면, 구항면 지역의 양계농가 농가 중 총을 소지하고 사용허가를 갖고 있는 경우에 한해 농장 등에 날아 들어오는 유해조수 퇴치를 위해 사용을 허가키로 했다.

닭 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모씨(56.홍성군 서부면)는 "양계농가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하면 그물 등을 치고 소독약까지 준비해 놓고 총으로까지 무장하겠느냐"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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