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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방어 미끼입니다 (오징어 똥창과 눈깔을 같이 끼웠습니다)
방어 미끼입니다 (오징어 똥창과 눈깔을 같이 끼웠습니다) ⓒ 배상용
요즘은 매일 오후 3시경이면 울릉도 저동 촛대바위 방파제 부근에서는 하루 일과를 마친 주민들이 방어 낚시의 손맛을 보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낚싯대와 똥창통을 들고 방어낚시를 위한 채비를 시작한다. 낚시에 미끼를 끼우는 방법들도 각양각색이다. 오징어 눈깔만 어림잡아 15~20개 정도 끼우는 방법과 오징어 똥창만 끼우는 방법, 오징어 눈깔을 미리 열댓 개 끼워놓고서는 오징어 똥창을 같이 끼우는 방법.

물었다!!  으랏찻차차~~
물었다!! 으랏찻차차~~ ⓒ 배상용
오징어 눈깔과 오징어 다리의 조합입니다.
오징어 눈깔과 오징어 다리의 조합입니다. ⓒ 배상용
여기서 또 재밌는 것은 오징어 눈깔만 끼우는 것은 오징어 다리를 꼭 하나씩 같이 끼운다는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오징어 눈깔은 물 속에 들어가면 반짝 반짝 빛이 난다고 하고, 오징어 다리를 같이 끼우는 것은 물 속에서 오징어 다리가 하늘하늘 움직여 방어 눈에 쉽게 띄게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은 '그래도 오징어 똥창만한 것이 없다. 오징어 똥창 특유의 냄새가 방어들에겐 가장 맛 나는 먹이감'이라며 오징어 똥창 예찬론을 펼친다.

제각기 다른 미끼를 끼워 바다에 던져 놓고는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는 혼자서 40마리를 넘게 잡았다는 둥, 1m가 넘는 방어를 누가 잡았다는 둥, 거의 모두가 방어에 대한 얘기들뿐이다.

순수 오징어 똥창만으로 한 미끼입니다
순수 오징어 똥창만으로 한 미끼입니다 ⓒ 배상용
오징어 눈깔은 보통 15~17개 정도 끼워집니다
오징어 눈깔은 보통 15~17개 정도 끼워집니다 ⓒ 배상용
한쪽에선 낄낄대며 미끼 끼운 낚시를 보이며 자랑스럽게 보인다. 모두가 이 광경을 보고 웃고 난리다. 기자가 보기에도 기도 안찬다. 어림잡아 눈깔만 30개는 넘어 보인다. 여기에다 오징어 똥창까지 엄청나게 감아 놓은 것이다.

"푸하하하… 이거 무는 놈은 무조건 1m 넘는 놈이다!!"
"큭큭… 방어 입 째지겠다…."

이런 저런 우스갯소리로 한참을 웃고 있다보니 한쪽에서 갑자기 소리를 질러댄다

"으랏찻차차… 왔다!"

낚시줄에 끼워진 눈깔 보이시죠? (어림잡아 20개는 넘어 보입니다)
낚시줄에 끼워진 눈깔 보이시죠? (어림잡아 20개는 넘어 보입니다) ⓒ 배상용
방어가 물린 모양이다. 주위의 낚시꾼들은 모두 줄을 거둬들인다. 물린 방어를 좀더 쉽고 안전하게 잡히게 하기 위해 서로 줄이 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낚시꾼들의 배려다.

"아따… 그리 큰 놈은 아이네…." 손의 감각만으로 대충의 크기를 알아낸다.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방어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방어 ⓒ 배상용
ⓒ 배상용
"한 60cm는 되겠다… 으쌰… 으샤…." 줄기차게 릴을 풀었다 당겼다 한참을 방어와 실랑이를 벌이더니만 방어 녀석도 이젠 지친 모양이다. 퍼덕거리며 끌려 올라온다. "보소, 60cm 정도 되지요? 껄껄…."

"공부 그 정도 했으면 박사 됐겠다…." 옆 낚시꾼의 이 소리에 모두 또 웃고 난리가 났다

해가 저물어 온다. 이맘때면 거의 방어 낚시에 미친(?) 동네 후배에게 기자가 한소리 한다.

"정말 큰놈 잡히면 꼭 전화 좀 줘라… 새벽도 상관없으니 알았제?"

"아하, <오마이뉴스> 기사 쓰실라꼬예? 알았심더… 근데 내 얼굴도 나오는 기요?"

"암만, 꼭 전화 줘라."

이제 이 울릉도에서도 웬만한 젊은이들은 <오마이뉴스>를 아는 모양이다. 그동안 기사를 열심히 쓴 것이 보람으로 느껴지는 흐뭇한 순간이다.

방어 낚시에 미친(?) 동네 후배입니다
방어 낚시에 미친(?) 동네 후배입니다 ⓒ 배상용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방어낚시를 하는 어민들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방어낚시를 하는 어민들 ⓒ 배상용
<오마이뉴스> 독자님들요. 조금만 기다려 보소, 방어 낚시에 미친 후배가 전화 한 통화 할 겁니다. "행님요… 여기 빨리 와보소. 억수로 큰 거 한 놈 올라 왔니더… 빨리요"라고 말입니다.

조만간 세상에서 제일 큰 방어 구경 한번 시켜 드릴게요, 기다려 보이소….

덧붙이는 글 | *울릉도의 방어철은 10월부터 11월 말까지 꾸준히 계속된다. 워낙 많이 잡히는 탓에 가격도 저렴해 저동 어판장과 도동부두, 식당가에서 1만~2만 원 정도면 방어맛을 볼수 있다.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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