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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요놈들. 예쁘기도 해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어찌 이 아이들에게만 일상사일까마는 이 녀석들은 그런 사소한 일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묶어서 보내고 싶은 겁니다.
"사실은요, 우리 반에서 정훈이 좋아하는 애들이 되게 많은데요. 그 중에요. 경은이가 젤로 좋아한다니요."
아이는 제 귀에 대고 정훈이를 둘러 싼 우리 반 애정의 역학관계를 한참 설명합니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들이 애정이라야 같은 동 사는 인연, 혹은 엄마나 아빠들끼리 중고등학교 동문 같은 인연이 원인이 되지만 어른인 제가 볼 땐 별스럽지도 않을 일인 아이들의 애정은 한 아이의 전학을 계기로 저처럼 메마른 한 어른의 가슴을 한없이 흔들어 주고 있는 겁니다.
"그래, 정훈이가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할 거다. 그리고 축구도 더 잘하게 될 거야."
아이는 자리로 돌아가서 리코더로 이것저것을 불어 봅니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 시각. 아이의 친구는 아이에게 차마 빨리 가자고는 못 하고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아이를 달랩니다. 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감지하는 아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이미 저렇게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저 아이들에게 대체 어떤 삶의 공부가 더 필요한 걸까.
먼 길 떠나는 님을 위해 짚신을 삼듯, 전학 가는 친구를 위해 음악을 준비하는 아이. 세상에 저렇게 진실하고 아름다운 음악가가 또 있을까. 저 아이가 철이 들면서 더 이상 저런 식의 이별은 준비하지 않겠지만 저 녀석은 나중에 커서 이별 하나를 하더라도 참 멋지게 할 것 같구나. 저런 아이와 사랑에 빠질 미래의 어느 청년은 얼마나 복 받은 청년일 것이냐. 부럽고 애잔하여라.
저 아이 자신에게도 이 장면은 평생 예쁜 기억으로 남겠지. 나도 어릴 적 저런 이별을 한 번쯤이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가 가고 오는지, 계절이 지나가는지 마는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 보지 못하고 그냥 살아 온 제 삶이 저 아이의 예쁜 마음에 비춰 못내 아쉬워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