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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전경.
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전경. ⓒ 김준회
남북한 교류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1천만 이산가족의 망향의 한을 달래는 만남의 장소로 조성된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일원의 통일동산.

지난 1996년 실향민들과 그 3세대(부모, 본인, 자녀)들의 거주지 마련을 위해 이곳 통일동산에 525세대, 5만 4448평의 단독주택 용지가 분양됐다.

그러나 파주시가 '다가구주택도 단독주택 범주에 속한다'고 해석해 다가구주택을 허가한 뒤 이곳은'다가구주택 촌'으로 변질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다가구주택들이 불법 증개축을 일삼으면서 '실향민과 3세대들을 위한 단독주택 촌'이 아닌 '불법이 난무하는 다가구주택 촌'으로 변모해 본래의 취지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민원이 들끓고 있다. 개인 단독주택은 현재 32가구만이 들어서 있다.

반지하로 허가 받은 건물 입구. 반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지상으로 돼 있다.
반지하로 허가 받은 건물 입구. 반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지상으로 돼 있다. ⓒ 김준회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는 20세대 미만 199평까지 허용되고 있는 다가구주택이 현재 38개동이 완공돼 있고 5개 동이 신축 중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불법 증개축을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9월 말께 파주시청에서 조사한 32군데 가운데 19개 동이 옥상과 주차장을 불법 증개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0% 이상이 옥상을 증축해 가구 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차장을 개축한 곳도 있다. 어떤 주택은 2가구로 허가 받은 1층을 6가구로 늘린 곳도 있다. 또 지상 3층에 반 지하로 허가를 받고 4층 형태의 건물로 사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주시에서는 이들에 대해 원상복구를 명령하는 계고장을 보낸 상태지만 일부는 원상복구가 가능하고 대부분은 원상복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당초 확보한 주차장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 부족에서 오는 '도로의 주차장화'와 '마을의 슬럼화'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3층에 반지하 건물로 지어진 다가구주택. 그러나 지하는 없다.
3층에 반지하 건물로 지어진 다가구주택. 그러나 지하는 없다. ⓒ 김준회
단독주택 주민인 서 아무개씨는 "96년 분양 당시 단독주택으로만 건축하고 근린생활시설 용도로도 이용할 수 없는 조건으로 택지를 분양받았다"며 "쾌적한 주택지를 꿈꾸며 살아왔는데 약속과 달리 다가구주택이 계속 신축되면서 꿈이 깨지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또 "우리는 마을을 본래대로 가꾸고 싶다"며 "다가구 주택으로 인한 피해를 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독주택 주민들은 또 "일부 몇몇 건설업체에 공무원들이 같이 놀아나고 있다"고 분개해 하며 "수법도 다양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건축물 불편법을 왜 묵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현재 건축허가를 받고도 건축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 다가구주택에 대해 허가 취소를 파주시에 요구하는 한편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아름다운 통일동산 가꾸기 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시위가 아닌 시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은 부분이 지상 3층. 반지하로 허가 받은 부분이 밑에 회색부분. 하지만 이곳 역시 반지하는 없다.
검은 부분이 지상 3층. 반지하로 허가 받은 부분이 밑에 회색부분. 하지만 이곳 역시 반지하는 없다. ⓒ 김준회
주민들은 "공식적으로 조성한 통일동산을 왜 방치해 두느냐"며 "이제라도 주민들의 말을 과소평가 하지 말고 이미 허가된 다가구주택에 대해 허가를 취소하고 아름다운 주택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행정을 집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곳에는 현재 들어서 있는 다가구주택 외에도 상당수가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지만 착공계만 내고 건축행위를 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한편 파주시 관계자는 "착공계를 내면 공사기간 연장 기한이 없다"며 "다가구주택에 대해 조사를 해 허가취소 여건이 되면 취소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곳을 지도상으로 표시한 모습.
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곳을 지도상으로 표시한 모습. ⓒ 김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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