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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과 사상
'독설논객', '다작의 명수', '성역과 금기를 깨는 글쟁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진)가 지역주의 해소에 강한 애착을 보이며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선거철만 되면 동서가 갈라지는 고질적인 지역주의 문화를 끝내는 데 일조하겠다"는 그는 최근 중앙일간지와 지방일간지에 폭넓은 고정 칼럼란을 신설하고 지면을 통해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지역주의 해소방안'을 자주 언급하고 나섬으로써 이목을 끌고 있다.

<기자협회보>와 <한국일보>, <부산일보>, <전북일보>, <강원일보> 등 종이신문에 다작을 기고하고 있는 그가 최근 지역성을 자주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단순히 지방대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라는 점 때문에 지역 이데올로기와 그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저서를 통해 줄곧 강조해 온 '지역주의 해체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님께' 칼럼 '눈길'

그의 지역주의 해소에 관한 주장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6일 <부산일보>, 7일 <매일신문>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님께'라는 칼럼을 들 수 있다. 그는 호남지역의 정서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면서 박 대표에게 몇가지 주문함으로써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님, 안녕하신지요?"라는 정감 있는 어조로 시작된 이 글에서 강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한 데 대한 이해의 뜻을 전하면서 '한나라당과 호남'의 관계에 관한 요청을 하기 위한 글임을 전제했다.

그는 첫번째로 "호남의 한나라당 당직자나 당원들을 대상으로 증언을 청취해 백서를 냄으로써 한맺힌 사연을 정리하자"고 과감한 제언을 하면서 '호남인들이 포용력이 큰 사람들이라는 걸 일단 믿어줄 것, 그리고 누구보다 더 화해를 갈망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믿어달라며 호남인들의 정서와 왜곡된 이미지를 대변했다.

"그간 호남인들이 한나라당을 거부했던 건 상당 부분 한나라당의 선거전략과 또 상당부분은 상호 오해에서 비롯된 악순환의 결과 탓이 크다"고 주장한 그는 "한나라당은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호남을 대해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무리 애써봐야 호남에선 표가 나오질 않는다는 이유로 호남을 아예 포기하고 표가 나올 만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선거전략을 써왔고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은 영남의 몰표를 얻어내기 위해 오히려 호남을 자극하는 일도 하곤 했다"고 일갈했다.

강 교수는 또 "한나라당의 전국구 의원과 고위 당직을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호남에 얼마나 많은 배려가 있었습니까?"라고 묻고 "한나라당이 진정 호남까지 껴안는 전국정당이 되고자 했다면 그렇게까지 호남을 외면하진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칼럼 말미에서 "박 대표님의 트레이드마크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감과 진실성이라는 말을 믿고 싶다"며 "제가 일하는 전북대에 교환학생으로 오는 부산대, 경북대 학생들의 지극한 호남사랑을 볼 때마다 선거 때만 되면 동서가 갈라지는 그 지긋지긋한 문화를 끝내는 데에 저도 일조해 보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곤 합니다, 박 대표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역주의, 수천번 논의돼 왔지만 항상 처음부터 시작"

박근혜 대표를 향한 간곡한 요청이라고 하지만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대구지역의 독자들을 향해 호남에 대한 왜곡된 정서를 바로 잡자는 그의 논리에선 과감성이 돋보이기까지 해보였지만, 그의 요청이 과연 수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그는 "지난 십수 년간 지역주의를 주제로 한 토론회와 세미나, 강연회 등이 전국적으로 수천번이 넘지만 지역주의 이야기만 나오면 그간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는 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지난 8월 23일 <한국일보>의 '지역주의 해소 10대 방안'이란 칼럼에서 그는 지역주의 해소책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지역주의론은 레이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지역주의 해소책은 '선거구제 개편'과 '인사의 공정성', '예산배분의 공정성', '지역간 교류', '언론개혁', '사회 및 문화개혁'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지역주의 해소엔 장기적인 비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빨리빨리 기질과 국민에 대한 아첨 등이 지역주의 해소를 어렵게 만드는 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역주의 해소방안을 최근 잇따라 제시하고 나선 강 교수는 그간 그의 저서들에서도 자주 언급함으로써 그리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가 2001년 펴낸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서도 '지역감정의 7대 해악'을 지적하면서 지역주의 해소책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국민의 저능화를 초래하고 사회정의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게 지역감정'이라고 표현한 그는 "지역감정은 사회 전분야에 걸쳐 연고주의를 확산, 강화시키고 정책적 이슈를 사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함으로써 정계와 학계, 언론계에 새로운 아젠다로 부각, 논쟁을 빚기도 했다.

한편 지역주의 해소를 주장하면서도 그는 지방 이데올로기를 자주 강조하고 있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달 <기자협회보>에 그는 '지방을 정말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최근 지역신문발전기금 논란을 지켜보면서 '강대국-약소국'의 문제와 '서울-지방'의 문제가 어찌 그리 똑같은지 탄복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인구는 계속 빠져나가고 지방민들의 관심은 지역보다는 서울에 가 있다"고 왜소한 지방경제와 지역언론의 실태를 개탄했다.

이 글에서 그는 "나 역시 처음엔 서울의 시각으로 지방신문 때리기에 앞장섰던 사람이지만 지방대의 처지나 지방신문의 처지가 다를 바 없다는 걸 절감하고선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고백함으로써 지방대와 지방신문이 안고 있는 위기상황이 동변상련의 처지임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대와 지역신문위기 동병상련처지... 인식전환 필요"

그의 지방에 대한 강한 애착의 글은 최근 그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소재지에서 발행하는 <전북일보>의 칼럼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세계화와 전북'이라는 <전북일보> 칼럼은 "전북은 거북이다, 세계화를 지향하기 전에 먼저 한국에서 토끼가 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도 당국은 체면과 염치를 중시하는 전북도민의 심리를 그럴 듯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혹독한 비판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는 칼럼 후미에서 "지역언론의 발전 없이는 세계화는 물론 지방자치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언론을 지역언론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지역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은 도민 자격이 없다'고 협박이라도 해야 하나?"라고 강하게 호소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지역주의 해소를 주창하는 그의 레이스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혹여 중도에 지쳐서 포기하지는 않을지, 언론계 안팎에선 우려와 동정의 시각으로 그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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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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