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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모집을 둘러싸고 대학과 고교(교사) 사이에 돈이 오가는 비리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역 대학의 한 입시 관계자는 전문대와 일부 4년제 대학들이 고교생 감소로 신입생 모집난이 심각해지자 입학경비 또는 홍보비에서 상당액수를 신입생 유치비로 할당해 고교에 물품을 기증하거나 교사에 향응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돈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일부 대학의 경우 학생 한 명당 30만원을 '선불금'과 '후불금'으로 나눠 지불하는 등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고교에 건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중에는 학과 교수들이 신입생을 보내주는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따로 돈을 모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돈 지급이 학생모집에 유효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재학생이 친구나 후배를 데리고 오면 50만원씩 주는 '입시 다단계'를 실시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국비인 특성화자금을 유용해 입시 경비로 편법 지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을 데려오는 대가로 고교(교사)에 돈을 건네는 행위는 상당수의 대학에서 행하는 고질화된 비리로 학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는 점에서 용서받을 수 없다"며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지 않으면 학생피해는 물론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대학도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상호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지역에서 대학 신입생 모집과 관련, 돈을 받는 교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경북테크노대에 대한 감사에서 학생유치지원금 명목의 성과급을 입시경비에서 지급하고 담당학교의 교직원 식사 대접이나 선물비 등으로 부당 집행한 사실을 일부 밝혀냈다.

교육부는 당시 학생모집과 관련, 금품수수 및 향응제공 사실이 적발될 경우 대학과 고교 양쪽의 관련자 모두를 징계하는 등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5일 열린 대구시·경북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신입생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열린 시 교육청과 도 교육청 감사에서 지병문 열린우리당의원은 "대학 교수와 고교 교사들이 짜고 신입생 유치를 위해 돈을 주고받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철저히 조사를 통해 관련된 교사는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상철 대구시교육감은 "철저히 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대구경북 대학민주화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감독관청은 신입생 유치비리 의혹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고 검찰은 신입생 유치과정의 금품수수 의혹에 관한 수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대학의 학교 관계자들이 밝힌 신입생 유치와 관련된 돈 거래 사례다.

▶선불금과 후불금 = 경북 경산의 ㄱ 대는 고교에 몇 명 정도를 보낼 수 있느냐고 물어 예상 인원 1인당 30만원을 미리 준다. 또 3월이 되면 등록을 한 학생수에 따라 한사람에 30만원을 후불금으로 지불한다는 것이다. 또 경북 경주의 ㄱ대는 학생이 등록하면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는데 특히 지역과 가까운 울산지역 고교를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들이 돈을 모았다 = 대구시 ㄱ대 ㄹ과는 작년 80명 정원에 20여명의 신입생만이 지원해 폐과 위기에 몰렸다. 4명의 교수들은 입시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 사람당 500만원씩 내 2000만원을 모았고 이미 성과는 2006년 수시모집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성화자금 유용 = 경북 구미의 ㄱ대학은 정부에서 받은 특성화자금을 홍보비로 편법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을 교재개발비 명목으로 교수 통장에 입금한 뒤 다시 학교에서 돌려받아 입시 경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지출한다. 또 다른 구미의 ㄱ대학은 교수 한 사람이 3명의 허위 학생을 모집해 재학생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낸 뒤 1학기가 지나면 제적 처리한다. 학생 충원율이 60% 이상 돼야 특성화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황을 악용하는 것으로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줄어드는 피해가 돌아간다.

▶입시다단계 = 경북 경산의 ㄷ대는 다단게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차용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친구나 후배를 1명씩 데려오면 50만원을 준다. 다른 경산의 ㄷ대 등 적지 않은 대학들이 신입생들에게 50~100만원을 장학금 행태로 지급한다.

▶고교에서는 받은 돈 어떻게 쓰나 = 돈은 주로 주임교사에게 건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돈을 받아 고교에서는 회식비나 여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고 있으며 액수가 많을 경우는 교장, 교감, 교사들끼리 나누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정원확보가 어려운 일부 실업계고교는 중학교의 입시 홍보비로 다시 사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공립고교의 경우 2월말 인사이동을 앞두고 빨리 정산하라는 전화까지 온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왜 생기나
지원학생 해마다 줄고 대학은 되레 늘어나

대학 입학생 모집을 미끼로 대학과 고교 교사 사이에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학생의 장래가 걸린 문제에 돈이 오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한 편이다.

더구나 이 문제는 교육부의 감사나 사법기관의 수사로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관련 기관의 조사 착수 여부가 주목된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등을 제외하고는 적지 않은 지역의 대학에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신입생 모집을 둘러싼 금품수수비리가 전국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이런 대학의 경우 학생을 모으는데 있어 한 학기 등록금은 없는 것으로 치는 학교가 많다"며 "대구의 경우 고교에 돈을 처음 건네주기 시작한 대학은 ㅇ전문대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대학과 고교교사 사이에 금품이 오가는 원인은 입학정원과 지원학생의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대, 전문대 중에서도 한계대학의 사정이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대구경북지역의 수능응시 지원자는 5만7707명으로 지난해보다 2483명(4.1%)이 줄었다. 대구는 3만3506으로 979명이 줄었고 경북은 2만4201명으로 1503명이 감소하는 등 지난 2000년 이후 5년 동안 경북은 1만1000여명, 대구는 6000여명이 급감했다.

이에 비해 현재 24개(대교협 자료)인 대구경북의 2006년도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4만3300여명으로 수능 응시자의 실질 대학진학률(70%)에 비춰보면 예상 경쟁률은 0.89대1(작년 0.92대1)이다. 더구나 25개(전문대 교협자료) 전문대 입학정원을 합하면 입학정원이 9만명에 이르러 수험생 숫자보다 3만명을 웃도는 등 상대적으로 전문대의 입학생 확보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작년 교육부가 낸 '전문대학 미충원률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전문대학 미충원률이 18.7%인데 비해 경북은 40.2%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대구는 광역시 중 가장 높은 24.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6년 이후 일정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세울 수 있는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대학(전국 76개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 박창원

덧붙이는 글 | 박창원 기자는 <대구경북시민신문>(www.daegunews.com)에서 정치와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시민신문> 10월 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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