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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부천만화상 공로상을 수상한 강철수씨
제2회 부천만화상 공로상을 수상한 강철수씨 ⓒ 홍지연
"하도 안 나오니까 좀 불러내고 싶어 (상을) 준 게 아닐까?(웃음)"

그는 우스개처럼 이렇게 말한다. 상을 받은 이유가 '심한 낯가림' 탓이라고. 만화를 시작하고 나서 상이라고는 난생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만 45년을 만화만 그려온 그에게 주어진 '공로상'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지난 3일 발표된 제2회 부천만화상 공로상의 주인공인 만화가 강철수씨는 퍽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지금 내가 받을 게 아닌데… 모름지기 콘텐츠라는 건 최초 제공자에게 그 공이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건(콘텐츠는) 골방에 있는 것이지, 이런 전파 속에 있는 게 아닌데…."

강씨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열악한 상황을 이겨가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을 후배들이 받아야 할 상이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아직도 정부에서 창작자들을 위해 수 천 억 원을 지원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가슴 한쪽이 답답해오곤 하는 그다.

"그런 말 들을 때면 내가 묻고 싶어요. 그 돈은 모두 어디 갔느냐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골방에 틀어박혀 오로지 창작만을 고민하는 그들에게는 정작 담배 한 개비, 쓴 커피 한 잔, 혹은 애정어린 한 마디라도 누가 해줬나요?"

1970년대 당시 젊은층의 성 풍속도를 감각적이고도 신랄하게 그린 <사랑의 낙서>로 그는 이른바 성인물의 대표작가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발바리의 추억> <돈아 돈아 돈아> <하수의 법칙>도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작들.

그러나 대중과 가까워진 만큼 대중문화를 탄압하는 세력에도 맞설 일이 많았다. 그의 경우는 더욱 유난했다. 한 기독교 단체가 '음란물 생산 유포혐의'로 11명의 스포츠신문 만화작가들을 기소한 데 이어 '음란작가 자백강요'까지. 목숨 걸고 사전심의에 홀로 맞선 일도 잊을 수 없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절들이었다.

시대를 앞지르는 감각 덕에 늘 끊임이 없었던 좌절의 시간. 상은커녕 오히려 벌이 없다면 다행이었던 날들이다.

"그런데 어느 소설가가 말했듯 그게 다 상이었어요."

이 한마디로 그는 지난 질곡의 세월을 훌훌 턴다.

이현세(WCC 조직위원장)씨가 강철수씨에게 제8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공로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현세(WCC 조직위원장)씨가 강철수씨에게 제8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공로상을 수여하고 있다. ⓒ 홍지연
그는 요즘 1년 중 3분의 1은 일본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낚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또 작품 쓰기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곳곳을 여행하며 온천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터덜터덜 시골길을 걷고, 블랙커피를 마시고, 가끔은 어느 촌구석 술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작품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렇게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고 치열해진 그에게서 빚어진 새 수확물이 곧 대중들에게도 찾아갈 예정.

올해 말쯤이나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그의 새 작품이 선을 보일 것 같다. 작품의 주제는 '한국 검색'.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지금'을 샅샅이 훑어보는 작품이 될 것이다.

"왜 힘들까, 왜 싸울까, 왜 그리도 복권을 사들일까, 왜 우리는 시끄러울까 생각했어요. 소시민를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의 지금과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 시작한 작품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강철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달라지지 않은 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뿐.

강철수는?

본명 배윤식. 1960년 어린이만화 <명탐정>으로 데뷔한 이래 46년간 단 한 달도 쉬지 않고 만화를 그려왔다. 초기에는 주로 어린이물을,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성인만화를 그려 이 분야의 대표작가로 손꼽힌다.

대표작으로 <사랑의 낙서> <바둑 스토리> <발바리의 추억> <돈아 돈아 돈아> <하수의 법칙> 등이 있으며 현재 무료일간지 <데일리줌>에 <노폰 노카드>를 연재중이다.
"민중에 도움이 되는 작품, 소위 '사회성 있는' 작품이 될 겁니다. 정말 거짓없이 그렸어요."

이번 공로상이 그의 말대로라면 "그저 오랜 세월 장을 담가온 할머니에게 상 하나 주고 싶은 마음에" 쥐어지는 상이 아닌 것을, 그의 지난 세월이 증명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한들 그리 억울할 게 있을까.

반세기 가까운 시간, 작품 생각에 단 하루도 편히 잔 적 없고, 단 한 달도 쉰 적 없이 치열하게 세상에 맞서온, 그래서 대중 곁에 한결같은 존재감으로 자리한 '진짜 작가' 강철수에게 말이다.

"팔자가 늑대래요. 달 보면 외로워져 우는… 그래서 작가가 맞다고 그래요. 그런데 정말… 나는 내 길을 가고 싶을 뿐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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