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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위에 줄베짱이와 실베짱이
호박잎위에 줄베짱이와 실베짱이 ⓒ 권용숙
이른아침 한손에 작은 사진기를 들고 큰모자 눌러 쓰고 그때 그 여자가 점점 다가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때입니다. 베짱이 한마리는 망을 보고 다른 한마리는 호박꽃속에 깊숙이 뛰어 들어갔습니다.

실베짱이 아침식사 하러 꽃속에 뛰어들다
실베짱이 아침식사 하러 꽃속에 뛰어들다 ⓒ 권용숙
"어라~! 요놈의 꿀벌들은 부지런 하기도 하지. 저리비켜~"

꿀벌 두마리가 먼저 꽃속에 들어와 온 몸에 샛노란 호박 꽃가루를 묻히고 꿀을 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습니다. 지난번 털복숭이 애벌레한테도 기싸움에 져서 물러 났다고 온세상에 소문이 났기 때문입니다. 더듬이 쭈욱 양쪽에 세우고 꽃속에 머리 깊숙이 박고 꽃술을 따먹기 시작합니다.

더듬이를 V자로 세우고 식사개시!
더듬이를 V자로 세우고 식사개시! ⓒ 권용숙
긴 뒷다리는 꽃잎위에 세우고 짧은 앞다리로 호박꽃술을 꽉 눌러 잡고 우아한 아침식사를 합니다.

"얌냠. 이렇게 맛있는 호박꽃을 사람들을 보고 왜 호박꽃도 꽃이냐고 하지?"

먼저 들어간 벌은 이미 온몸이 꽃가루 투성이 입니다. 벌에 쏘일지도 모르지만 한치의 양보없이 야금야금 꽃술을 갉아 먹습니다. 동그랗게 튀어나온 눈과 길게 세운 더듬이, 온몸을 덮어버린 초록 날개옷, 그리고 제몸보다 훨씬 긴 뒷다리, 노란 호박꽃속의 베짱이는 그이상 멋질 수 가 없었습니다.

깊숙히 빠져버린 꿀벌을 비웃으며
깊숙히 빠져버린 꿀벌을 비웃으며 ⓒ 권용숙
실베짱이 다리는..백만불짜리 다리
실베짱이 다리는..백만불짜리 다리 ⓒ 권용숙
배부름에 미소짓는 듯한 실베짱이
배부름에 미소짓는 듯한 실베짱이 ⓒ 권용숙
베짱이의 아침식사를 구경하고 있자니 시장기가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침도 먹지않고 산에 올랐습니다. 그래도 꽃을 따먹는 베짱이가 하도 예뻐서 참을 수 있습니다. 어느새 베짱이는 호박꽃 속의 꽃술 절반 이상을 먹었습니다. 아침엔 아침이슬로 목만 축이는줄 알았는데 아침부터 포식을 했습니다. 호박꽃속은 베짱이가 먹다남은 노란 꽃가루만 소복히 쌓였습니다.

실베짱이가 반은 갉아먹은 꽃술
실베짱이가 반은 갉아먹은 꽃술 ⓒ 권용숙
꽃잎까지 갉아먹는 실베짱이
꽃잎까지 갉아먹는 실베짱이 ⓒ 권용숙
"아침 잘 먹었다. 친구들 하고 놀아야지

베짱이는 우아하게 아침식사를 끝냈고 옆에 다른 호박꽃에서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모두들 베짱이를 깔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베짱이 옆에 개미는 얼씬도 못했습니다.
오늘 한쪽에선 늙은 호박이 누렇게 익어가고, 한쪽에선 때늦은 노란 호박꽃이 피고 애호박이 열리고 있는 호박밭에서 호박꽃속마다 수많은 베짱이들이 정말로 멋진 포즈로 아침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베짱이나라에 비상이 해제되었습니다.

베짱이 친구들
베짱이 친구들 ⓒ 권용숙
익어가는 늙은 호박
익어가는 늙은 호박 ⓒ 권용숙

덧붙이는 글 | 베짱이가 보고 싶으십니까?  지금 호박밭에 가보십시요.. 정말 베짱이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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