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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엄마, 아빠 내 그림이 말을 해요>
ⓒ 여름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은연중에 표현한다. 간단하게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표정, 몸짓을 통해 우리는 상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사소한 하나하나의 표현 방식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큰 열쇠가 될 때가 많다. 이것은 내 자신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의 마음은 내 표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 아빠 내 그림이 말을 해요>란 책은 가장 손쉬운 표현 수단인 그림을 통해 어린이의 마음을 읽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이다. 언어 발달이 덜 성숙되고 표현 수단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자신의 마음 상태를 담은 그림을 통해 어른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아동들이 그린 그림은 매우 단순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 책에 사례로 제시된 그림들은 모두 5~7세 아동의 것으로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다 보면 아이가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의 생활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데에 심리 미술 치료의 목적이 있다.

예를 들자면 빨간색은 활동적인 것, 열정적인 것을 드러내며 빨간색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는 실제로 열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매우 활동적인 성향을 보인다. 반면에 보라색은 어둡고 아픈 마음의 상태를 보여 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라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보라색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의 경우 몸이 안 좋거나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다.

목이 없는 사람을 그리는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며 머리가 납작한 사람을 그린다면 그것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동그라미 안에 가족의 모습을 그리라고 하자 한 아이는 분홍과 하늘, 초록색으로 그냥 형체가 불분명한 색깔만 칠했다고 한다. 이 아이의 생활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니 부모가 이혼을 하여 고모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처럼 아이들이 얻은 마음의 상처는 언어 이외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통해 표출된다. 어른들이 이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계속 나쁜 방향으로만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그림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은 아이들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그림 속에는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다. 예를 들면 여자 어린이가 자주 그리는 길고 커다란 머리카락과 머리 장식 등은 예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이다. 구두를 신은 사람을 자주 그리는 아이는 외출을 좋아하고 빨간색으로 칠한 입이나 손은 수다스러움과 활동성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미술 학원 식 교육에 대하여 경고를 한다. 도화지에 빈 공간이 없이 모두 색을 입혀야 한다든가 색칠을 꼼꼼히 해야 한다는 것은 어른 중심의 사고라는 점. 아이들의 사고를 존중하려면 이러한 미술 교육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다.

"꼼꼼하게 칠하려는 시도는 손과 팔에 힘이 있는 아이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아이의 생각에서 나오는 표현력보다는 빈 공간 없이 다 칠해야 한다는 막연한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데 아이들에게 있어 막연히 칠해서 메워야 한다는 행위는 그야말로 힘든 노동인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왜? 이렇게 칠하길 강요하는 것일까? 첫째, 종이의 빈 공간이 보임으로써 미완성이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완성된 느낌을 주기 위해서이다. 둘째, 이렇게 그려진 그림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벽에 걸어 보여줌으로써 잘 가르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방법이다. 특히 미술 대회와 같은 행사에 출품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어른들도 과거에 이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칠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며 이러한 방식에 아무런 의심도 없다."

즉 어른 중심의 사고로 아이들의 그림을 지도하기보다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존중해 주고 그림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는 아이는 생각과 창의력이 좋으며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자란 아이다. 활동적이지 못하고 우울한 아이는 그림을 그릴 때에 도화지 전체를 사용하지 못하고 아랫부분에 치우친 그림을 그린다.

이 처럼 아이의 그림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보다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과감하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심리 미술 치료가 추구하는 바다. 더 나아가서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그리기 표현을 통해 아이의 심리를 치료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미술학원이 너무 획일화된 그림 그리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또 한편으로는 심리 미술 치료라는 이름 아래 잘못된 미술 치료 기법이 아이들에게 남용되지 않을까도 우려되는 바이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아이의 그림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림 그리기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긍정적 느낌을 형성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그 표현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한 개인을 이해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닌가 싶다. 한 아이의 부모라면 자식의 그림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를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 것도 매우 필요하겠다.

엄마, 아빠 내 그림이 말을 해요 - 5세에서 7세의 아이들이 말하는, 아이생각읽기 시리즈 2

유시덕심리미술창의성연구소 엮음, 여름솔(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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