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계천이 개통된 1일, 장애인들은 행사장 주위에서 "청계천은 차별천"이라는 내용의 항의 집회를 열었다.
청계천이 개통된 1일, 장애인들은 행사장 주위에서 "청계천은 차별천"이라는 내용의 항의 집회를 열었다. ⓒ 김지숙
이날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동권연대·집행위원장 박경석)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장연·공동대표 류흥주)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청계천에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부재하다"는 내용의 선전전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저지로 인해 즉석에서 항의 집회가 열린 것이다.

경찰 저지로 '대시민 선전전' 불발

이날 항의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이동권연대 김도경 사무차장은 "서울시는 청계천이 '차별천'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장애인 70명의 몇 배에 달하는 경찰병력으로 선전전을 막고 있다"며 집회를 이어갔다.

수백 명의 경찰병력에 둘러싸인 집회참가자들은 한 치 앞으로도 움직 일 수 없었다.
수백 명의 경찰병력에 둘러싸인 집회참가자들은 한 치 앞으로도 움직 일 수 없었다. ⓒ 김지숙
이동권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청계천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만 청계천에서 장애인은 철저히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있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청계천이 왜 '차별천'인지 알리고자 한다"며 선전전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박 집행위원장은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서울시측에 장애인의 접근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서울시장은 이런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청계천을 복원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시설개선 권고", 서울시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

이동권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장애인도 청계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동권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장애인도 청계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김지숙
이동권연대와 서장연은 청계천 새물맞이를 앞두고 지난 몇 개월 동안 서울시에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의 접근권 및 이동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개선할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으며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시장 앞으로 장애인 등의 이동권 보장이 미흡하다며 청계천 시설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부분적인 보수는 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요구사항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당장 수용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회를 하는 동안 청계천 인근에는 개통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민들은 예상치 않은 집회를 보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시민들은 "이동하지도 못하게 도로를 막고 왜 이러고 있냐", "장애인이면 집에나 있지 왜 좋은 날 방해를 하느냐",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고등학생 백모(18)군은 "허무맹랑한 주장도 아니고 청계천을 이용할 수 있게 시설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이므로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군은 "장애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라며 "서울시는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이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써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한 몸싸움,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이 날 집회에서는 참가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도 일어났다. 일부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에 뒹굴기도 했고 타박상을 입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한 장애인이 머리를 아래로 한 채 경찰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한 장애인이 머리를 아래로 한 채 경찰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 윤보라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 이철용
경찰들의 저지로 인해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자 집회에 참가한 여성 장애인 일부는 울부짖으며 길을 열어줄 것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참가자들은 오후 6시경 정리집회를 갖고 종료를 선언했지만 경찰병력은 해산하려는 참가자들의 길을 터주지 않아서 다시금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측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아일보 방향으로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종로 4가 쪽으로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오후 7시경 경찰은 휠체어 1대에 병력 5인을 붙여 전철역까지 보호(?) 하는 것으로 참가자들을 해산시켰다.

4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를 마친 이동권연대와 서장연은 성명서를 통해 "청계천이 실질적으로 장애인 및 빈곤계층과 함께 살아 숨쉴 수 있는 청계천으로 복원될 때까지 끝까지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봉쇄에 막힌 한 장애인이 울부짖고 있다.
경찰의 봉쇄에 막힌 한 장애인이 울부짖고 있다. ⓒ 윤보라
한 장애인이 청계천 난간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한 장애인이 청계천 난간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윤보라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